가볍고 감성적인 디자이너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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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꼴 – 사카이 나오키

디자인의 꼴. 책을 읽었다.
물리적인 제품은 그 기능을 하기 위한 구조,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의 형태, 시대에 따라 구현 가능한 기술적 구조와 마감 등을 토대로 기존의 디자인에서 점점 더 발전적인 형태(혹은 시대상을 반영하는)로 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제약사항도 비교적 명확해서 디자이너가 제약의 테두리 안에서 더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제약을 깰 수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는 여러 이유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시도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스크린 속의 제품은 그에 비해 제약이 적거나 불분명하다. 그리고 제약사항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다보니 제약사항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생기고, 어떻게 어디까지 자유롭게 디자인을 시도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생기는 것 같다. 참고할 만한 것이 없으면 더 그런 것 같고. 특히 전달해야할 정보나 혁신적인 새로운 기능 방식이 물리적 제품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나타나다보니, 기존의 잘 익은 방식을 참고하거나 그것의 내면에 쌓인 고민의 흔적들을 이해하며 내 것을 만들어가기는 시간이 빠듯하다. 동일한 기능의 스크린속 제품을 물리적 제품의 형태로 디자인하는 것을 시도해본다면 제약사항을 명확히 규정하는데 도움이 될까?
내가 했던 디자인도, 방문을 달아야 하는데 어쩌면 어린 아이가 지나갈 수 있는 만큼만 열리는 방문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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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독후감을 쓸까 하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는데 딴길로..
– 생각해보니 실제로 고민했던 것은, 디자인 단계가 아닌 디자인 준비 단계인 것 같기도 하다.

  • Published: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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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공원에서의 휴식시간

출근을 하고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열고, 곧바로 컵을 들고 커피믹스를 넣고 물을 따른다. 그리고 옥상공원으로 향한다.

나무벽 위에 컵을 내려놓고 담배불을 붙인다. 언뜻 생각하면 쓸데없는 조형미로 나무판재를 사용해 공간을 구성한 듯 싶지만, 몇 미터로 길고 폭이 30센티미터 정도이고 높이는 120센티미터 남짓한 이 나무벽은 어포던스의 극치다. 팔꿈치를 대고 기대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풀쩍 뛰어올라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컵을 내려놓기에도 딱이다. 답답하면 그 위에 서서 더 넓은 풍경을 볼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저 멀리 아침 햇빛이 반사되어 주황빛 유리궁전처럼 반짝반짝거리는 건물들이 보인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솜사탕같은 구름들이 보인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눈발로 가득한 건물 숲이 보인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윌리엄 터너의 풍경화처럼 몽환적인 노을이 보인다.

가끔, 누군가 같이 올라오거나 담배를 펴다가 만나면, 벤치에 기대어 앉아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세상에서는 어떤 빛을 좇아 이렇게 다들 힘들게 살까. 매일 멋진 풍경을 보고 하루 먹고 살 수 있다면, 지금처럼 먼 곳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지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옛날에도 하루하루 바삐 살았다더라, 그리고 그 때도 여유시간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 시간을 어찌할 바 몰랐다더라… 따위의 이야기 말이다.

  • Published: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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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야기

이것 조차 옛날 이야기이지만, 친구에게 옛날에 내가 보냈던 편지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생소했다.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은 나의 생각과 글이, 누군가는 기억하고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 신기하다.

하지만 특별히 군대에 있을 때에는 가끔 편지지에 글을 쓰기 전, 노트에 먼저 편지를 썼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썼던 편지의 내용’이 약간 남아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이메일의 시대로 넘어오며, 내가 보낸 편지는 이제 나의 편지함에도 남게 되었다. 보내고 난 뒤에 일부러 찾으려고 하지않으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답장을 받게 되면 바로 아래 나의 편지가 보인다.

이제 나의 이메일함은 일간신문함이나 고지서통지함 비슷하게 바뀌어버렸는데, 오랜만에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들(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을 보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구나, 예전엔 왜 그랬지, 예전엔 이랬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지, 왜 이런 생각을 안하고 살지.

예전의 편지보다는 밋밋해졌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에 쓴 이야기와 답장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점은 이메일이 좋다. 그 때의 나, 그 이전의 나, 모두 다른 내가 누군가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들춰보면 재미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떤가도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생각과 감정의 사진 같다.

물론 그런 사진 한 장이 생기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 Published: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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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지대넓얕을 열심히 들으며, 나와 비슷한 연배인 사람들인데도 지식도 많고 생각도 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특히 강연이나 세미나 혹은 모임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나인데, 이 사람들의 강연은 듣고 싶어졌다.

작년 11월에는 독실이의 강연을 들었고, 12월에는 채새장의 북토크를 들었다. 북토크,북콘서트는 뭐지… 라고 생소한 영어를 보며 강연일까? 했는데, 한글로 하면 ‘책 출간 기념 강연’ 정도가 되겠다. 사실 채사장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고, 이번에 책을 출간했는지도 몰랐다. 나는 채사장을 직접 만나 채사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북토크는 책 예약구매자에 한해 추첨을 통해 초대장을 준다고 하여 나는 책을 예약구매 했다.

채사장의 북토크는 자신이 쓰고있는 책들의 전체적인 관계,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관계. 나와 타인, 나와 세계, 나와 죽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던 단어, 관계.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관계’의 정의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생각하는 채사장의 정의가 좋았다.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을 아래 적는다.

세계와 자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 선과 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근원인 동시에 결과가 된다.

세계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세계가 자아와는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반면 다른 이들은 세계가 자아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에 의해 해석된 무엇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는 첫 번째 부류의 사람을 ‘실재론자’로,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을 ‘관념론자’로 이름 붙여서 구분짓는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러한 용어로의 분류가 아니라 당신의 생각이다. 당신은 어떤 관점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어떤 세계관을 당연하다고 믿으며 살아왔는가?
p.32

 

‘세계’는 언제나 ‘자아의 세계’다. 객관적이고 독립된 세계는 나에게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해석한 세계에 갇혀 산다. 이러한 자아의 주관적 세계, 이 세계의 이름이 ‘지평,horizon’이다. 지평은 보통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말하지만, 서양철학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자아의 세계가 갖는 범위로 사용한다.
즉, 지평은 나의 범위인 동시에 세계의 범위다. 우리는 각자의 지평에서 산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 거다. 폭풍 같은 시간을 함께ㅔ하고 결국은 다시 혼자가 된 사람의 눈동자가 더 깊어진 까닭은. 이제 그의 세계는 휩쓸고 지나간 다른 세계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더 풍요로워지며,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워진다.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 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
p.33-34

 

하지만 상식적인 시간관은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 이외의 모든 것, 즉 사물, 동물, 타인은 원인과 결과라는 시간의 법칙에 얽매여 있지만, 나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나의 시간은 중첩되고 역행하며 드러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나에게는 미래가 현재의 원인이기도 하고 과거가 현재의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내면에서 원인이 되는 시간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다. 미래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현재는 미래의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자아의 내면세계에서 시간은 우리의 상식처럼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현재에 살지만 다른 이는 과거에 살고, 또 다른 이는 미래에 산다.
p.98-99

 

우리는 세계를 점검해봐야 한다. 나의 세계 안에는 무엇이 있고,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혹시 나는 고집스레 단일한 진리관을 움켜쥐고 빈곤하게도 이것만으로 평생을 살아가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닌지를. 또한 외부의 내가 모르는 많은 것을 단순히 비진리라 규정해버림으로써 그것을 안 봐도 괜찮은 것들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던 것은 아닌지를. 당신이 진정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점검해봐야 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세계가 흑과 백으로 칠해진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로 빛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p.156-157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질문하거나, 질문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질문한다. 나는 특히 인류가 오랜 시간 고민해왔던 중요한 질문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의심이 오래될수록 의심이 실제처럼 느껴지듯, 질문이 오래될수록 질문은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p.230

  • Published: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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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지만, 사실 마음 한켠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책을 많이 읽어야지’, ‘영화를 많이 봐야지’, ‘무언가 만들어야지’라는 희망사항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 중 하나, 책을 읽겠다고 한 것 중 목록에 있던 한 책을 읽었다. 동료가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다고 했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약 두시간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를 했는데, 분류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되어있었다. 소설인줄 알고 있었는데… 하고 보니, 필명을 따로 쓰는 작가의 실제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었다.

초반 부에서,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스물아홉이다.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다.
나는 혼자다.
나는 취미도, 특기도 없다.
나는 매일 벌벌 떨면서 간신히 입에 풀칠할 만큼만 벌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이렇게도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처음엔 물이 뜨겁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끓는 물에 들어온 개구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하고싶은 게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외모도 보잘 것 없는 여성, 하루하루 먹고사는데에도 힘겨운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던 자신의 29살 생일 날, 자살을 하려고 생각하다가 포기하고 있는 와중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단 한번이라도 저 꿈같은 세상에서 손톱만큼의 미련도 남김없이 남은 생을 호화롭게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작가는 1년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서 며칠만이라도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화롭게 살고, 서른이 되는 다음 생일 날 목숨을 끊기로 한다.
이렇게 마음먹은 뒤부터 작가는 낮에는 일반 회사의 파견직원, 밤에는 긴자에서 호스티스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누드 모델을 하게 된다. 그렇게 1년을 지내며 예전엔 없었던 진정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다양한 꿈을 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호스티스 친구들과 동창 친구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상류사회의 체험이나 여러 연륜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인생을 보게 된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 작가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나 며칠간의 호화로운 생활과 도박을 하고, 서른이 된 날 아침, 결국 자신이 가져온 돈 보다 5달러를 더 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래는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작가는 그 5달러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결국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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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는 좀 뻔할 수 있지만 책은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의미있게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실제의 일이었다는 것과, 의미있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직접적으로 ‘여기가 새겨들어야 할 곳이야’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문답 같은 자기계발서나 이야기를 흥미있게 풀어내는 소설이 아닌 그 중간지점의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술을 마시며 옆에 있는 누군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그리고 작가는 그것이 ‘어때, 대단하지?’ 라고 들려주기 보다는, ‘나는 이때 이렇게 느꼈어’ 라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응원의 마음이 조금 들기도 하고, 소설같은 흥미로움, 짜릿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려는 것들도 ‘목표에 도달하고 나서’ 보다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여러가지 경험들과 생각들, 깨우치게 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목표지점’을 설정하고 나서 삶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목표가 없는 삶에서 자신이 나약했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에서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술을 마시며 옆사람이 들려주었다면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작 나는 쉽게 마음먹기 힘들다. 1년동안의 작가의 삶도 언뜻 생각해보면 힘들긴 했지만 호스티스라는 생활을 무사히 잘 거쳐간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될 수는 정말 없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초반부에 나왔던, 끓는 물에 들어온 개구리의 이야기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끊임없이 인용되는 이유는, 인간의 삶에 그런 부분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그와 같은 맥락에서, 소설에 나온 인도 요리사 친구가 했던 말이 마음에 들었다. 머릿속에서 먼지에 덮여있던 종이에 바람을 훅 불어준 것처럼.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가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 Published: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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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Home IoT

제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명입니다. 조명은 집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요. 4년 전, 호기심에 LIFX라는 스마트 조명을 하나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4개 세트를 추가로 구매했죠. 그 뒤로 이 녀석들은 매일매일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과 주변의 물건들이 매일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알아서 일하는 집안의 모습

아침. Good morning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정말정말 못합니다. 그래서 알람시계, 휴대폰 알람, 샤오미 밴드 진동 알람, 라디오 알람을 해놔야 겨우 일어나는데요. 집안의 조명도 ‘아침기상’ 역할에 일조시키고자, 일출 후 15분 뒤에 백색(6500K)의 밝은 빛을 내도록 해두었습니다. 뭐, 조명 때문에 일어난 적은 손에 꼽히지만요. 아, 공기청정기도 같이 돌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제가 깨어나고 집을 나서기 전까지, 조금씩 다시 어두워집니다. 주인을 배웅할 준비를 하는 거죠.

출근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서 4-5분쯤 걸으면, 집안의 조명과 공기청정기는 자동으로 꺼지고 낮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들이 쉴 동안 이제 저는 열심히 일해야죠.

밤. Night

퇴근하고 집 근처에 들어서면, 집안의 조명과 공기청정기는 다시 켜집니다. 집을 들어서면 원래 그랬다는 듯 따뜻한 빛으로 저를 맞이해줍니다. 조명은 약간 주황빛(3200K)으로, 70% 정도의 밝기로요. 씻고, 밥을 먹고, 컴퓨터를 하는 동안 이 녀석들은 밤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듯 차분하고 따뜻한 빛으로 방의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아, 공기청정기도 같이 돌고 있네요.

늦은 밤

밤 열두시 반이 되면, 조명들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항상 컴퓨터를 하고 있을 시간이죠. 모니터의 화면도 점차 따뜻한 색을 띠기 시작합니다. 맥의 Night Shift가 동작하는군요. 조명은 점점 어두워지며 저에게 누울 것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두워진 뒤에도 컴퓨터를 더 하고 싶을 때에는(거의 매일) 다시 ‘Night Scene’으로 바꿉니다. 그래도, 이제 자야겠죠. 윽. 1시 40분이 되니 아이폰도 저보고 자라고 하네요.

잠자기. Good Night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위해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이제 자야죠. 아이폰 제어센터를 열고 ‘Good Night Scene’을 누릅니다.

시스템과 기기

위에서 이야기한 집안의 모습은 매일 접하는 제 방의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대보다 별로일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도 저는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방 전체의 분위기가 저의 생활패턴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니까요. 공기청정기가 필요할 때 알아서 일하는 것은 덤. (사실 통장에 돈이 많다면 가습기도 사고 보일러 제어기도 사고 홈팟도 사고 했겠지만..)

이렇게 일하는 녀석들 모두 기본적으로 Apple의 HomeKit 플랫폼 안에서 제어하거나 자동으로 동작하도록 만들어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의 이유로 LIFX라는 조명의 플랫폼을 하나 더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건 시간에 맞춰 서서히 빛의 색과 밝기가 바뀌게 하기 위함입니다. 애플은 왜 이걸 지원 안 하고 있을까요! 기기들의 간단한 구성도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LIFX

LIFX는 집안의 전자기기 중 가장 중요한 녀석입니다. 집안의 조명을 담당하죠. 예전에는 제어하려면 전용 앱을 사용해야 했는데, 이제 Apple HomeKit과 연동되어 Siri나 Home app을 통해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Day & Dusk 기능이 생겨서, 하루의 시간을 펼쳐놓고 원하는 밝기와 색온도를 설정해둘 수 있습니다. 아침 기상 시간에는 백색의 밝은 조명이 되고, 다시 어두워졌다가, 저녁에는 주황빛 조명이 되었다가, 밤이 늦으면 점점 어두워지죠.

2. Xiaomi Mi Air Purifier

샤오미 미에어는 공기청정기인데, Apple HomeKit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용 앱을 통해 조작하거나, 시간 예약을 시켜둘 수 있는데요, 마지막에 말씀드릴 Homebridge를 통해 HomeKit에 연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이 녀석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일을 합니다. 집안의 공기 질을 파악하여 스스로 필요할 땐 열심히 일하고 아닐 땐 쉬엄쉬엄 일하거든요.

3. iPhone

아이폰은 HomeKit과 사용자와의 제일 중요한 접점입니다. HomeKit에 연동된 기기들을 제어하거나 기기 전체의 상태를 Scene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죠! 그리고 Automation으로 일출, 일몰, 특정 시간,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특정 Scene으로 바뀌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Home app이나 제어센터, 혹은 Siri를 불러서 Scene을 바꾸거나 상세한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4. Apple TV

사실 애플TV는 넷플릭스…. 애플TV는 HomeKit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HomeKit의 서브 플랫폼으로 집사 역할을 합니다(홈팟과 아이패드도 돼요). 애플TV가 없다면 HomeKit은 같은 Wifi망 내에서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반쪽짜리인데요, 이것까지 구성하면 외부에서도 HomeKit을 제어할 수 있고, Geo Fencing을 사용하여 사용자가 집을 나가거나 돌아오는 것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Scene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5. Homebridge with Raspberrypi

사실 위에 제가 설명해 드린 LIFX와 Xiaomi Mi Air는 애플티비에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 Homebridge라는 것을 중간에 거치고 애플TV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애플은 HomeKit을 발표한 뒤로, 이것을 지원하고자 하는 전자기기들에는 HomeKit 칩을 달게 했습니다. 애플의 IoT 플랫폼에 손쉽게 편입시키기 위해서이죠. 페어링과 조작을 쉽게, 일관성 있게 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저의 기기들은 이 칩이 없습니다. 물론 LIFX의 최신 버전을 구매하면 되지만..

그래서 많은 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HomeKit 칩이 없는 IoT 기기도 HomeKit에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Homebridge였고, 저는 집에 놀고 있는 라즈베리 파이에 이 시스템을 깔고 기기들을 연동하고 있죠.

IoT는 우리 곁에 다가왔을까?

지금까지 제가 구성하여 사용 중인 Home IoT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바로 위에 설명한 시스템과 기기에 대한 부분을 보면 상당히 복잡한 듯이 보일 수 있는데요, 사실 몇 년간 상당히 복잡하게 사용해왔습니다. HomeKit을 제대로 쓰기 전까지는 개별 앱을 통해 제어하고 스케줄을 짜서 돌리고, IFTTT등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Geo Fencing 기능을 사용하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페어링 과정도 번거롭고요.

하지만 이제 HomeKit을 지원하는 IoT 기기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이 제품들을 구매한다면 아주 간편하게 Home IoT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구글이 Nest를 인수한 뒤로는 구글이 선두에 서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현재 애플만큼 Home IoT 플랫폼의 기반을 잘 준비한 회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제가 몇 년 전 ‘IoT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제품’은 그것 자체의 의미도 있겠지만, 인간에 의해 사용될 때 더 깊은 의미가 담긴다. 도구는 무엇일까? 도구는 인간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제는 하나의 도구만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도구(사물)들이 서로 협력하여 사용자의 어떤 특정 목적을 이루게 해준다. IoT의 본질은 사용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도구들이 협력하여 하나의 전체로서 유연한 흐름으로 사용자에게 유용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가 계속 이런 관점으로 IoT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Home IoT는 이제 정말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대신 이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너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바라기보다는 ‘조금 더 편리한 생활’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IoT 시대에 여러 도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잘 제공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조금 더 똑똑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IoT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 Published: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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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늦은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이 곳에서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그 동안 관심을 많이 가져주지 못한 것이, 혼자 있는 동안 잘 지낼 수 있도록 준비를 못하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떠나오기 며칠 전이라도 생각을 해둘 걸 그랬다. 떠나는 날 아침에 겨우 생각해낸 어설픈 방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화분의 물을 가득 흐르게 하고, 잎과 가지를 흠뻑 적셔주는 것으로 잘 지내주었는데, 이제 2주 반이 지났다. 옆에 있지 않아 모습과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잘 큰 녀석이니까 잘 버티고 있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햇볕이 잘 들도록 간유리는 열어두고 왔는데 밤 공기가 조금 차가우려나. 몇 주째 냉장고 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집에서 심심하려나.

언제나 동일한 관심으로 대해 줄 수 없고, 기대할 수 없다. 그렇게 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하지만 그게 맞는 것인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녀석은 왜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인지, 한탄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봄처럼 가을처럼 풍족하고 행복한 때가 있기도 하고, 가뭄이나 장마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힘든 때도 있다. 그게 생각보다 길 때도 있고. 그렇다고 마냥 버텨달라고 하면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다. 혹시나 벌써 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미안.

  • Published: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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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아침

한 겨울의 아침, 창가의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공기 속에 잠이 깬다.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꽁꽁 덮는다. 밝은 햇살 속에서 눈을 감고 겨울 아침 기운을 생각한다. 오늘은 방청소를 할까, 생각을 한다.

  • Published: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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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오랜만에 이틀 동안 아무런 일 없이 보냈다. 밤, 학교를 보고싶어 왔다. 벌써 계절이 바뀐건지 시원한 바람. 평소에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복잡한 감정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학교에 오면 그런 감정들이 살아난다. 현재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감정, 감각들이 있다는 것이 떠올려진다. 6년을 집보다 더 집처럼 지낸 커다란 공간. 다락방의 상자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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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반딧불

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고
끝도없이 이어지는 밤의 사이를
반짝이는 빛을 따라 거닐었었고

떠다니는 별과같은 반딧불 반딧불
쏟아지면 사라지리 애처로운 반딧불
여름밤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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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기억속에 몸을 기대면
어느새 밤하늘 가득히 별이 내리고

떠다니는 별과같은 우리들 우리들
쏟아지면 사라지리 아름다운 시간들
여름밤 반딧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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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니 향기가 사랑스런 모습이
다시떠올라
잊었다고 생각한 그 밤에 거리가
마치 마법처럼 피어오르고

떠다니는 별과같은 우리들 우리들
쏟아지면 사라지리 아름다운 시간들
여름밤 반딧불처럼

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다

  • Published: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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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페의 공연

작은 무대가 있는 어두운 카페. 무대 가까이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공연을 기다린다. 작은 촛불과 까만 고양이, 나무의자. 마치 커다란 인형극 장소처럼 생긴 무대에 드럼과 키보드, 기타받침과 마이크와 선들이 얽혀있다. 첫 밴드가 나와 노래를 부른다. 키보드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 밴드는 지하철 이야기와 네이트온의 추억을 노래한다. 오래전의 기억을 붙잡아 두려는 듯이. 두 번째 밴드는 아주 깊은 밤을 노래한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노랫소리가 인형극 무대에 잘 어울린다. 까만 고양이는 테이블과 의자 사이를 걸어다니며 공간을 한껏 즐긴다.

  • Published: 10 month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