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게티를 끓이며

새벽 열두시 반, 짜파게티를 끓인다. 저녁에 짜장면을 먹었는데, 이제는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졌다. 짜파게티를 끓이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 허기짐을 느낌과 동시에 체력이 많이 닳았다는 생각을 했다. 닳았다. 몸에 나쁜 것은 다 하면서 사는구나. 나는 언제 철이 드려나.

향기

문득 어떤 향기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 향기가 후각으로 느껴질 것 같으면서도 그러면서도 결국엔 그 향기는 느껴지지 않고 머릿속에 시각적인 기억이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개빛 자동차 휠을 보다가 아주 어렸을 적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때가 떠올랐다. 움직이거나 변화하거나 나의 손동작으로 달라지는 것들이 좋았다. 그때는 지금 같은 인터랙티브한 미디어와 기기가 없었다. 무언가 움직이거나 바뀌면 그저 좋았다. 너무 한낮의 드라이브를 하면서 Lyn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교복을 입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오후 청소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들을 하나하나 녹음했던 테이프를 워크맨으로 들으며, 창가에 누워 Read More…

오후 산책

기침이 멎지를 않는다. 정신이 멍해서 밖에 나가 산책을 했다. 미세먼지 가득한 풍경. 사람들이 별로 없는 주말 도심의 풍경. 인도의 풍경같다. 걱정도, 약속도, 계획도, 바쁠 것도 없는 인도의 주말. 릭샤를 타고 쇼핑몰에 가서 라씨를 사고, 거리의 귀퉁이에 앉아 라씨를 먹으며 사람들을 바라본다. 맛있는 라씨를 다 먹고, 라씨가 담겼던 황토색 컵을 바닥에 던지면 퍽- 하고. 그리고 담배를 문다. 3월 오후 네시의 풍경은 인도의 빛깔이다.

Onward

주로 스타벅스에서, 그리고 집에서 책을 읽었다. 대단히 빽빽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문장문장이 심오한 뜻을 담고 있지는 않았기에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타벅스에 조금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게된 스타벅스에 대한 면은, CEO의 입장에서 바라본 스타벅스이기 때문에 다른 여러가지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은 스타벅스에 책을 읽으러 갔다. 왠만한 자리는 다 차있고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편안한 의자 자리가 있어서 혼자 짐을 풀고 앉았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마땅히 대안이 없어서(생각해보면 다들 나 Read More…

살치살을 썰며 센치해진 밤

이진아의 음악을 틀고, 깔루아를 한모금 마시고, 운동화를 빨고, 빨래를 돌리며, 저녁에 사온 갈비살과 살치살 덩어리들을 자르고 1인분씩 팩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다. 양이 많아 칼질을 하는 동안 쓸데없는 생각들이 든다. 1. 큰조카는 뭐든 잘 안먹는데, 살치살은 잘 먹는다고 한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에는 매일매일이 친구들과 함께였다.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농구를 하고, 함께 오락실을 가고, 함께 학원을 가고, 함께 집을 향해 걸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나. 커서 이렇게 야밤에 혼자 집에서 살치살을 칼질하고 있을 것이라 상상이나 Read More…

스타트업에 유용한 별다섯 도구들

사실, 기획자-디자이너 관점에서 유용한. (얼마나 지났다고)기억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들. 글을 써야지 했지만 언제나 ‘쓸 수 있겠어’ 마음은 잘 생기지 않는다. 낮은 문턱을 먼저 넘기 위해, 가볍게 사용했던 도구들을 먼저 정리해본다. 지금도 사용하는 별다섯 도구들 Confluence : 문서 작성 한마디 : 가장 깔끔하며 문서 구조화를 최적으로 할 수 있고, 99% WYSIWYG을 제공한다용도 : 기획서 작성 및 공유. 규칙, 정보 및 지식 아카이빙점수 : ⭑⭑⭑⭑⭑링크 : https://www.atlassian.com/software/confluence Workflowy : 생각 정리 한마디 : Workflowy를 알게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용도 : 생각을 구조화하여 정리. 회의록 정리 점수 : Read More…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매일 읽지는 않았지만, 2주 정도의 꽤 짧은 시간 동안 읽은 책이다. 한 세번 정도는 오랫 동안 읽었다. 읽는 시간이 즐거운 책이었다. 그리고 꼭 우리말로 글을 쓴 것처럼, 문장도 무척 세련되고 멋진 표현들이 좋았다. 작가의 환경과 관련된, 백인 혹은 미국과 같은 주제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느끼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로 읽는 나의 경험과 생각으로 글을 다시 해석하고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작가보다 많이 어리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 Read More…

우붓에서의 3주

3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핫하다는 발리의 Ubud. 작년 12월, 몇 년간 지냈던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를 떠났다. 이제 다시 pxd로 돌아간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회사였고, 많이 성장했고, 좋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그런 회사다. 좋은 회사다. 그리고 12월에 3주 간 인도네시아 발리, Ubud이라는 동네에 쉬러 다녀왔다.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 3주간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계획도 거의 없었다. 요즘 한달살기를 많이 한다는 동네,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찾는다는 동네,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라는 영화에 나왔던 동네라는 것 정도가 내가 찾아본 전부였고, 왕복 비행기표와 처음 이틀간의 숙소, 그리고 공항에서 Read More…

나의 아저씨

회사 동료가,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면서 드라마를 추천해줬다. 무엇 때문에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다. 현실감도 있고, 약간의 판타지도 있고, 약간의 과장도 있고, 평범한 일상의 부러움도 느껴지고, 교육적인 면도 있다.음악도 좋고(특히 마지막회 마지막 부분의 연주), 카메라 앵글-워크도 좋고, 어떤 씬들에서는 가장자리를 블러처리하여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큰 줄기의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소소한 것들도 아주 좋았던 드라마였다.

축제

언제나 늦가을에 하는 고등학교의 축제. 삐삐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 인터넷도 없던 시절의 PC통신 동아리. 유투브도 없던 시절에, PC통신 동아리는 근처 PC방에서 다운로드 받아온 뮤직비디오들을 하드디스크에 담아, 축제날 교실 하나를 빌려 큰 TV에 그것들을 틀어놓는다. 그리고 다운로드 받아둔 운세 사주 프로그램을 열어두고 학생들에게 운세를 봐준다. 다른 교실에서는 밖에서는 떡꼬치를 만들어 팔고, 야바위를 하고, 망치질 두번으로 못 박기를 하고, 영화를 틀고, 타로카드 점을 봐주고, 미리 신청해둔 파파라치 사진을 돈을 받고 나누어 준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그 날만은 정신없이 즐겁게 보내던 축제.

우붓에서의 일기

나무와 구름과 지붕으로 가득한 풍경. 그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다. 잔나비의 여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본다. 내가 지금까지 느낀 이곳의 풍경과는 다르게 차분한 느낌이다. 밤에는 비가 몰아칠 것처럼. 시원하고 습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다. 얼마간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고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멍하니 바깥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얼마만일까. 휴대폰이 없던 때, 컴퓨터가 없었던 때, 난 풍경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었을까.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때, 난 어떤 자세로 어떻게 풍경을 바라보았을까. 스무살의 나는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른살의 나는 풍경을 Read More…

‘건강한 조명 시스템 만들기’를 읽고 든 생각

읽은 글 : 건강한 조명 시스템 만들기 – newspeppermint.com   글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조명은 아직도 더 똑똑해질 것들이 많다. IoT와 관련되어 소비자용으로 나오는 스마트 조명들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제어가능하거나, 지오펜싱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거나, 혹은 다른 트리거를 통해 자동으로 조절될 수 있다. 하지만 글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건강함’을 위한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IoT분야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건강한 조명’에 대해 연구개발하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있다. 내가 아는 것들은 주로 빛의 스펙트럼의 처리를 더 잘 하는 것들이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더 고차원 Read More…

Lab Girl – 호프 자런

긴 시간동안 정체된 머릿속에서, 가끔 기회를 만들어 몇 개월간 읽은 책. 평소라면 흥미를 가지며 빨리 읽었을테지만 오래 걸렸다. 그만큼 일상 같았고, 그 안의 글들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을 옮겨 적는다. 아래의 내용에서 지은이가 실험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아래 내용 이후로도 지은이의 실험실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이어진다. 내 실험실은 손으로 하는 일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뭔가를 해내는 곳이다. 내 실험실은 내가 움직이고, 서고, 걷고, 앉고, 물건을 가져오고, Read More…

박준

그해 봄에 – 박준 얼마 전 손목에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 숲 – 박준 Read More…

가로수길 라곰

해질녘.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편을 들고, 골목의 주택으로 들어간다. 반짝이는 방, 작은 테이블, 의자와 이름표. 열심히 일하는 에어컨과 선풍기. 각자가 들고온 맥주와 소소한 음식들로 가득한 테이블. 어색하지만, 대화로 금세 친해지는 사람들. 수시로 바뀌는 이야기의 주제, 의견, 토론, 가벼운 농담들.   같은 동네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듯 한명씩 가벼운 인사와 함께 돌아가고, 남은 사람들은 늦은 새벽까지 이야기 꽃 풍경을 만든다. 깜깜한 밤 달빛 아래 반딧불이들의 풍경같기도 하다.   어느 날, 영화를 보고 난 후. 잠시 밖에 나간 사이, 누군가들은 맘마미아2를 보러간다며 Read More…

일기

어제의 일. 어제는 친구와 영화를 보고, 와인을 마셨다. 영화는 나의 추천으로, ‘어느 가족’. 영화관은 친구의 추천으로, ‘필름포럼’이라는 작은 영화관을 갔다. 아담한 영화관에서 적당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작은 스크린을 보며 ‘어느 가족’을 보았다. 피로 엮이지 않은 어느 가족, 행복한 결말을 예상했지만 그리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밤에 옹기종기 마루에 모여앉아 불꽃놀이를 보는 장면. 불꽃놀이는 보여주지 않고 하늘에서 그 가족은 담은 풍경은 정말 멋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합정의 ‘파리 살롱’이라는 와인가게에 갔다. 주택가에 있는 작고 이쁜 가게. 영화관도 와인가게도, Read More…

자전거 길 풍경

치마를 나풀거리며 한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앞을 지나간다. 페달에 힘을 주어 힘겹게. 손목도 힘이 부친지, 갸우뚱거리며 일자로 이어진 자전거길을 헤쳐간다. 잔잔한 풍경 속에서 힘을 주어 헤쳐간다. 귓가에는 아까부터 Lover, please stay가 들려온다.

깔루아 밀크

요즘엔 퇴근하고 집에와서 밥을 먹고 씻으면 너무 졸리고 피곤하다. 씻고 밥을 먹으면 더 졸려서 일단 먹고 씻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졸리긴 마찬가지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나에게는 조용하고 멍했던 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활기찬 저녁과 같다는걸 느낀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마저도 못한다. 그런데 오늘 잠이 오지 않는 방법을 발견했다. 밥을 먹고 씻고 깔루아 밀크를 한잔 하면 잠이 싹 가신다. 그래서 오늘은 밥먹을 때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깔루아 밀크를 홀짝거리며 영화를 보다가, 새로 프린트한 물건에 가죽을 대고 바느질을 하며 영화를 다 Read More…

게스트 하우스

조용한 해변가 마을, 창가에서 주황 불빛이 새어나오는 네모네모난 이층 집. 홀로 찾아온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모인다.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태어나 처음 만나 한 식탁에 모여앉는다. 시작은 도란도란 함께 마실 맥주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한 게임. 아, 조금 늦은 여행객이 도착했다. 내가 주인인 것 마냥 문을 열어준다.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다녀온 여행지를 이야기하고, 내일 아침 갈 곳을 이야기하고, 버스를 탈 곳을 이야기한다.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 법무팀에 있는 사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Read More…

마음에 드는 면도기 디자인

세상에서 두번째로 멋진 디자인의 (플라스틱)면도기를 보게 되었다. 첫 번째는 미니멀리즘의 극치이면서도 사용성과 디자인을 초록색 고무 하나로 해결한 쉬크 이그젝타 2. 패키지마저 마음에 쏙 든다. 박스로 사서 쓴다. 두 번째는 와이즐리라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만든 면도기. 정기배송을 컨셉으로 하고 있는데, 일단 단품 패키지를 구매해보았다. 디자인을 참 잘 했다. 날을 하늘로 향하게 해서 눕혀놓을 수 있는 형태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손잡이 아랫쪽에 쇠를 넣었는지 무게중심이 아랫쪽에 있어서, 손에 쥐었을때 손잡이 부분이 샥 하고 동그랗게 말린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를 이동하여 손에 Read More…

디자인의 꼴 – 사카이 나오키

디자인의 꼴. 책을 읽었다. 물리적인 제품은 그 기능을 하기 위한 구조,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의 형태, 시대에 따라 구현 가능한 기술적 구조와 마감 등을 토대로 기존의 디자인에서 점점 더 발전적인 형태(혹은 시대상을 반영하는)로 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제약사항도 비교적 명확해서 디자이너가 제약의 테두리 안에서 더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제약을 깰 수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는 여러 이유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시도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스크린 속의 제품은 그에 비해 제약이 적거나 불분명하다. 그리고 제약사항들이 눈에 잘 보이지 Read More…

밥을 먹고 집에와서 씻고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3시간만에 깼다. 오랜만에 꿈을 꾸었는데, 내가 도심 속 높은 건물의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펜트하우스가 아니라 옥탑방. 밖이 훤히 보이는 옥탑방이었고,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해야지 하며 블루투스 스피커를 페어링 하는데 계속 페어링에 실패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게 내 집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며 잠이 깼다. 음악 감상도, 외계인 침공도, 친구들의 방문도.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않고 잠이 깨버렸다.

옥상공원에서의 휴식시간

출근을 하고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열고, 곧바로 컵을 들고 커피믹스를 넣고 물을 따른다. 그리고 옥상공원으로 향한다. 나무벽 위에 컵을 내려놓고 담배불을 붙인다. 언뜻 생각하면 쓸데없는 조형미로 나무판재를 사용해 공간을 구성한 듯 싶지만, 몇 미터로 길고 폭이 30센티미터 정도이고 높이는 120센티미터 남짓한 이 나무벽은 어포던스의 극치다. 팔꿈치를 대고 기대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풀쩍 뛰어올라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컵을 내려놓기에도 딱이다. 답답하면 그 위에 서서 더 넓은 풍경을 볼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저 멀리 아침 햇빛이 Read More…

편지 이야기

이것 조차 옛날 이야기이지만, 친구에게 옛날에 내가 보냈던 편지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생소했다.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은 나의 생각과 글이, 누군가는 기억하고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 신기하다. 하지만 특별히 군대에 있을 때에는 가끔 편지지에 글을 쓰기 전, 노트에 먼저 편지를 썼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썼던 편지의 내용’이 약간 남아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이메일의 시대로 넘어오며, 내가 보낸 편지는 이제 나의 편지함에도 남게 되었다. 보내고 난 뒤에 일부러 찾으려고 하지않으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답장을 받게 되면 바로 Read More…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지대넓얕을 열심히 들으며, 나와 비슷한 연배인 사람들인데도 지식도 많고 생각도 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특히 강연이나 세미나 혹은 모임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나인데, 이 사람들의 강연은 듣고 싶어졌다. 작년 11월에는 독실이의 강연을 들었고, 12월에는 채새장의 북토크를 들었다. 북토크,북콘서트는 뭐지… 라고 생소한 영어를 보며 강연일까? 했는데, 한글로 하면 ‘책 출간 기념 강연’ 정도가 되겠다. 사실 채사장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고, 이번에 책을 출간했는지도 Read More…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지만, 사실 마음 한켠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책을 많이 읽어야지’, ‘영화를 많이 봐야지’, ‘무언가 만들어야지’라는 희망사항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 중 하나, 책을 읽겠다고 한 것 중 목록에 있던 한 책을 읽었다. 동료가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다고 했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약 두시간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를 했는데, 분류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되어있었다. 소설인줄 알고 있었는데… 하고 보니, 필명을 따로 쓰는 Read More…

일상의 Home IoT

제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명입니다. 조명은 집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요. 4년 전, 호기심에 LIFX라는 스마트 조명을 하나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4개 세트를 추가로 구매했죠. 그 뒤로 이 녀석들은 매일매일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과 주변의 물건들이 매일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알아서 일하는 집안의 모습 아침. Good morning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정말정말 못합니다. 그래서 알람시계, 휴대폰 알람, 샤오미 밴드 진동 알람, 라디오 알람을 해놔야 겨우 일어나는데요. 집안의 조명도 ‘아침기상’ 역할에 일조시키고자, Read More…

그리움

늦은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이 곳에서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그 동안 관심을 많이 가져주지 못한 것이, 혼자 있는 동안 잘 지낼 수 있도록 준비를 못하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떠나오기 며칠 전이라도 생각을 해둘 걸 그랬다. 떠나는 날 아침에 겨우 생각해낸 어설픈 방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화분의 물을 가득 흐르게 하고, 잎과 가지를 흠뻑 적셔주는 것으로 잘 지내주었는데, 이제 2주 반이 지났다. 옆에 있지 않아 모습과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더 Read More…

겨울의 아침

한 겨울의 아침, 창가의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공기 속에 잠이 깬다.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꽁꽁 덮는다. 밝은 햇살 속에서 눈을 감고 겨울 아침 기운을 생각한다. 오늘은 방청소를 할까, 생각을 한다.

학교

오랜만에 이틀 동안 아무런 일 없이 보냈다. 밤, 학교를 보고싶어 왔다. 벌써 계절이 바뀐건지 시원한 바람. 평소에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복잡한 감정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학교에 오면 그런 감정들이 살아난다. 현재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감정, 감각들이 있다는 것이 떠올려진다. 6년을 집보다 더 집처럼 지낸 커다란 공간. 다락방의 상자들 같다. . / 자우림. 반딧불 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고 끝도없이 이어지는 밤의 사이를 반짝이는 빛을 따라 거닐었었고 떠다니는 별과같은 반딧불 반딧불 쏟아지면 사라지리 애처로운 반딧불 여름밤의 사랑처럼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