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감성적인 디자이너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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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야기

이것 조차 옛날 이야기이지만, 친구에게 옛날에 내가 보냈던 편지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생소했다.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은 나의 생각과 글이, 누군가는 기억하고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 신기하다.

하지만 특별히 군대에 있을 때에는 가끔 편지지에 글을 쓰기 전, 노트에 먼저 편지를 썼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썼던 편지의 내용’이 약간 남아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이메일의 시대로 넘어오며, 내가 보낸 편지는 이제 나의 편지함에도 남게 되었다. 보내고 난 뒤에 일부러 찾으려고 하지않으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답장을 받게 되면 바로 아래 나의 편지가 보인다.

이제 나의 이메일함은 일간신문함이나 고지서통지함 비슷하게 바뀌어버렸는데, 오랜만에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들(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을 보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구나, 예전엔 왜 그랬지, 예전엔 이랬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지, 왜 이런 생각을 안하고 살지.

예전의 편지보다는 밋밋해졌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에 쓴 이야기와 답장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점은 이메일이 좋다. 그 때의 나, 그 이전의 나, 모두 다른 내가 누군가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들춰보면 재미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떤가도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생각과 감정의 사진 같다.

물론 그런 사진 한 장이 생기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 Published: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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