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감성적인 디자이너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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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오랜만에 전통적인 디자인을 다루는 책을 읽었다. 전통적인 디자인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최근 몇년 간 내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주제는 훨씬 디자인의 원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약간은 두서없고, 약간은 협소하고, 약간은 지루하다. 물론 내가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겠냐만은, 책 전체가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가끔씩 눈에 띄는 이야기, 눈에 띄는 사례들이 보이지만 생각보다는 얻은 것이 없었다.

아래는 몇 가지, 스크랩 한 내용.

한편 사토 마사히코는 이 스탬프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남겼다.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을 때는 환영이라는 느낌의 스탬프가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스탬프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시 잘 생각해 보니 현재의 중립적인 상태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의 디자인에는 쓸모없이 남아도는 메시지가 너무 많으니까.” 현재의 스탬프도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니 않은가? 괜히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므로 현실적인 의미에서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답을 찾았음에도 그것을 더욱 정밀하게 수정하는 신중함과 성의는 원리를 실용으로 실천할 수 있는 미세한 센스의 일부분이리라.
p. 50

 

이런 식으로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위를 치밀하게 탐구하면서 그곳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후카사와의 방식이다. 이것은 ‘어포던스’라는 새로운 인지이론을 연상시키는 사고방식이다. 어포던스는 행위의 주체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을 성ㄹ립시키는 환경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나가는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다’라는 행위는 주체가 되는 인간의 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력’과 ‘어느 정도 딱딱한 지면’이 없으면 ‘서다’라는 행위는 실현되지 않는다. 무중력이면 몸이 붕 떠버릴 것이고 물이 깊은 수영장에서도 ‘서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 중력과 딱딱한 지면이 ‘서다’라는 행위를 ‘이끌어낸다(afford)’고 할 수 있다.
p. 63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단 취급하는 영역을 시각적인 것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촉각을 비롯하여 다양한 감각 채널을 향하여 메시지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장의 전시회 티켓. 인쇄된 사진이나 문자는 시각적인 것이지만 그 정보를 기재하고 있는 종이는 추상적인 하얀색 평면이 아니다. 손끝에 섬유의 질감을 전해 주는 물질로서 미세하게나마 무게감도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손바닥에서 둥글게 말기도 하고 반으로 접기도 한다. 즉 그것은 촉각의 자극을 싣고 있다. 그리고 만약 거기 인쇄된 것이 깊은 숲의 사진이라면 그것은 시각에 그치지 않고 청각과 후각 등의 기억까지도 미묘하게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사람의 뇌리에는 몇 가지 자극의 축적에 의한 복합적인 이미지가 태어나게 된다. 말하자면 정보를 다루는 인간은 감각 기관의 다발이다. 이렇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디자이너는 각종 정보를 조합한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p. 71

  • Published: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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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 칩 히스, 댄 히스

2016, 혼자 일주일간 제주도에 여행간 동안에 읽었다. 아무래도 요즘 내가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감정 이입이 잘 되어서인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잘 알아들었으나,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람을 대하는 대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접했다면 훌륭한 능력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겠지만, 나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을 대하는게 익숙하지가 않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

#프롤로그

사람들이 자제력을 소모할 때 결국 그들이 소진하는 것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집중하고 충동을 억제하고 좌절과 실패 앞에서 인내를 잃지 않는 데 필요한 정신 근육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큰 변화를 이루는 데 절실한 바로 그 정신 근육을 소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원래 게으르고 저항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변화를 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얘기다. 사실 그 반대가 옳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변화를 가하는게 힘든 것이다. 이것이 변화에 관한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이다. “게으름으로 보이는 것은 종종 탈진의 문제다.”
p. 29

변화를 이끌어내는 3가지 요소
지금까지 우리가 이 책에서 소개하려는, 세 부분으로 된 기본 골격을 일별해보았다. 행동방식에 변화를 가할 필요가 있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을 안내해줄 기본 골격말이다.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 (Direct the Rider)
저항으로 보이는 것은 종종 명확성 결핍의 문제다. 그러므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라 (1퍼센트 우유의 사례를 생각하라.)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Motivate the elephant)
게으름으로 보이는 것은 종종 탈진의 문제다. 기수는 완력으로 장시간 자신의 길을 갈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의 감성적 측면을 개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의 코끼리를 지도에 올려 협력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쿠키,무 실험과 장갑이 산더미같이 쌓였던 중역 회의실 테이블을 생각하라).

지도를 구체화하라 (Shape the path)
사람의 문제로 보이는 것은 종종 상황의 문제다. 우리는 그 상황 (주변 환경까지 포함해서) ‘지도’라 칭한다. 지도를 구체화하면 기수와 코끼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변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팝콘 용기의 크기를 줄이는 것의 효과를 생각하라).
p.37-38

# 1부.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

‘기적 질문’으로 시작하기
해결 중심 치료학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기법을 사용하여 잠재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들은 첫 상담시간에 환자의 문제를 듣고 난 후 기적 질문(Miracle Question)을 던진다. “이상한 질문 좀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밤에 곤히 잠이 들었다고 가정해보십시오. 한밤중에 자다가 기억이 일어나서 지금 말씀하신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겁니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어떻게 된 거지?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어!”라는 생각을 안겨줄 만한 ‘최초의 작은 신호’는 무엇일까요?”

환자들이 구체적이고 생생한 발전의 신호들을 찾고 나면,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간다. 예외적 사건에 대한 질문(Exception Question)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최근에 아주 잠깐이나마 기적을 목격한 게 언제였습니까?”

이는 교묘한 전술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치료학자는 의뢰인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미묘한 방식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사실상 의뢰인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이미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p.62-65

요컨대, 데비의 성공을 탐구하고 그것을 모방하는 방법을 찾는 데 80퍼센트의 시간을 투자하라는 얘기다. 회의적인 부서장들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똑같은 부서장들을 대상으로 또 한번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자료를 검토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다음과 같이 자문하라.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욱 활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밝은 점 철학’이 녹아 있다.
p.68

문제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해결책의 규모도 반드시 커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크고 해결책은 작았으니까.
이것은 앞으로 반복해서 보게 될 논지다. 커다란 문제가 그와 똑같이 커다란 해결책으로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일련의 작은 해결책들을 몇 주에 걸쳐, 때로는 수십 년에 걸쳐 적용할 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분석을 좋아하는 기수의 성향은 기대에 어긋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틀림없이 그들은 또한 이러한 요인들을 해결할 커다란 체계적 계획들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스터닌을 제외하곤 누구도 ‘지금 당장 효과를 발휘하는 게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밝은 점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가?” 간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이처럼 분명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신 우리는 좀 더 문제 중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가?”
p.73-74

결정적 조치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다. 변화는 개인적인 결정과 행동의 수준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출발점이 아니다. 거기에는 마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타성과 결정 마비가 힘을 합쳐 사람들은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자 할 것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명명백백한 길잡이를 제시해야 한다. 바로 그래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당신은 힘든 순간에 자신이 해내고 싶어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조치들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는 없다. 그것은 체스 게임에서 17번째 수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과 같을 테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결정적’ 조치다.
(1퍼센트 우유로의 스위치 사례)
p.89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다. 기수의 강점들은 크고 실질적인 반면, 기수의 결함들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 혹은 다른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기수에게 호소할 때에는 게임 플랜이 단순해야 한다.
첫째, 밝은 점들을 따르라. 어려운 조건에서도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은 베트남 어린이들,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출을 크게 올린 제넨테크의 세일즈맨들을 생각해보라. 당신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틀림없이 다른 것들보다 더 잘 돌아가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실패에 집착하지 마라. 그보다는 성공 사례들을 조사하고 그것을 모방하라.
둘째,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 출발점과 결승점을 모두 제시해야 한다. 기수에게 목적지 그림엽서를 보내고 (“너희들은 곧 3학년이 될거야!”) 그의 결정적 조치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라 (“1버센트 우유를 구입하라”).
이렇게 하면 기수는 스위치를 이끌 준비를 갖춘 셈이다. 또한 말 안듣고 힘만 센 파트너 코끼리와의 싸움에 대해서도 단단히 무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146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코터와 코언은 변화가 성공을 거둔 사례들은 대부분 ‘분석하고-생각하고-변화하기’가 아니라 ‘보고-느끼고-변화하기’ 프로세스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증거가 눈앞에 펼쳐질 때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보고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감정을 느끼든, 해결책에 대한 희망을 느끼든, 자신의 현재 습관을 되돌아보고 뭔가를 깨닫든, 감정적인 차원에서 무언가가 일어난다. 즉 코끼리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워터스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활기찬 감정, 희망, 창의성, 경쟁심 같은 것들 말이다.
p.157

변화에서 발전한다는 느낌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내면의 코끼리는 쉽게 사기가 꺾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쉽게 위축되고 좌절한다. 따라서 기나긴 과정의 첫걸음을 위해서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다.
만일 당신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면, 팀원들의 카드에 첫 도장 2개를 찍어줄 방법을 찾는 편이 현명하다. 앞으로 이뤄내야 하는 새로운 변화 자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미 이룬 것, 이미 극복한 장애물들을 상기시켜주려고 애써라. 다음과 같이 말이다. “팀원 여러분, 새로운 보고 체계가 예전과 달라 보인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레이컴 고객을 전담하는 팀에서도 이미 도입해 성공한 바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p.189

작은 성공은 다음 두 가지 특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즉 의미 있는 결과를 가졍오며, (빌 파셀스의 말대로) 빠른 시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만일 이 두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다면 후자를 택하라.
p.210

“세 걸음 전진하고 두 걸음 후퇴하고 나서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진정한 변화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 실패가 변화에 꼭 필요한 중간 과정이라면, 우리가 실패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 IDEO의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그리고 고객들에게도) 실패를 예측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DEO의 CEO 팀 브라운은 이 기업의 모든 디자인 과정이 “막연하고 흐릿한 시기”를 거친다고 말한다. IDEO에는 ‘프로젝트 분위기 그래프’라는 것이 있다. 이 그래프는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 따른 직원들의 기분과 분위기를 나타낸다.

IDEO의 ‘봉우리와 계곡’ 그래프에 주목하길 바란다. IDEO의 경영진은 실패와 낙담의 순간을 예상하고 있다. 그들은 팀원들에게 프로젝트 초반의 의욕과 희망을 신뢰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그다음 단계에는 힘든 시간과 고민과 좌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러한 경고는 ‘낙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것은 성장형 사고방식에 동반되는 모순이다. 실패에 주목한느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실패를 찾으라”고 장려하지만, 사실 그것은 끊임없이 낙관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우린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고 실패할 것이고 낙담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 거치고 나면 발전해 있을 것이고 결국 성공할 것이다.”
p242-243

변화를 추구할 때, 우리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분명한 진실 한 가지를 반복해서 상기시켜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두뇌와 능력은 근육과 같다”는 사실이다. 두뇌와 능력은 훈련할수록 더욱 강해진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스케이트보드 선수도, 과학자도, 간호사도 아니다. … 그리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그러한 정체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려는 욕구에서부터 나온다,
p.251

#3부. 지도를 구체화하라

원하는 변화를 야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려해야 할 점은 단 두가지다. 첫째, 습관은 임무를 진척시키는 데 공헌해야 한다. 파고니스의 스탠드 미팅처럼 말이다. 둘째, 습관은 받아들이기 쉬워야 한다. 만약 실천하기가 지나치게 어렵다면 습관 자체에서 변화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운동을 더 많이 하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체육관에 가는 습관을 들이기로 결심했다면 사실상 핵심 문제의 이름을 바꿔놓은 것에 불과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운동복을 꺼내놓거나 이미 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하여 체육관에 가는 길에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부탁하는 등 쉬운 습관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p.306

  • Published: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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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to ONE – 피터 틸

내용이 그리 많지 않고, 어렵게 읽을만한 책은 아닌데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최근에 책을 잘 읽지 않아서 느리게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나에게는 그리 흥미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을 수 있다.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전자의 이야기도 맞기는 하다.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적합한 사례를 통한 귀납적 사고로 자신의 주장을 일반화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학문서적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전개방식이 유쾌하다. 때로는 너무 멀리 뻗어나가서 좀 흥미가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한편 실리콘밸리를 고수하던 기업가들은 닷컴 붕괴 사태에서 4가지 큰 교훈을 얻었는데, 이 교훈들은 지금가지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있다.
1.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2. 가벼운 몸집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3.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라
4. 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
이들 교훈은 이제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절대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감히 이 교훈을 무시했다가는 당연한 저주, 즉 2000년의 대규모 붕괴 사태에서 기술에게 떨어졌던 것과 같은 저주를 받게 될 거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앞의 원칙들보다는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p.33

 

아래는 참 매력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이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행운이 아닐까.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독점기업은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p. 48

 

라스트 무버가 1등이 된다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시장에 처음 진입한 기업은 다른 경쟁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가 되는 편이 낫다. 즉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어 몇 년간 심지어 몇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비즈니스는 체스와 비슷하다. 체스 선수 최고의 영예인 ‘그랜드마스터’가 되었던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
p.80

 

 

공학을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린 스타트업’을 하라는 것이다. 기업가가 될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미리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야 하고, ‘최소기능제품’을 만든 다음 성공한 기업들을 그대로 따라가라고 한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은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물건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지역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아이폰으로 화장지를 주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최고로 괜찮은 것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담한 계획 없이 재현만 해서는 결코 0에서 1이 될 수 없다. 불명확한 낙관주의자에게 회사란 정말 이상한 곳이다. 회사를 성공시킬 계획도 없으면서 왜 회사가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다윈주의는 다른 곳에서라면 훌륭한 이론일지 모르지만, 신생기업 세계에서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계획)’ 이다.
p.106

 

잡스가 디자인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의 사업이었다.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효과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명확한 장기적 계획을 상상하고 실행했다. ‘최소기능제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1976년 애플을 창업한 이래 잡스는 줄곧 꼼꼼한 계획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커스 그룹의 말을 듣거나 다른 사람의 성공을 모방할 생각은 없었다.
p.107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숨겨진 비밀은 남아 있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 이토록 많아졌을까? 그 시작은 아마 지리학이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도에 빈칸으로 남은 곳은 없다. 18세기에 자라난 사람들은 아직도 새로운 갈 곳이 있었고, 해외 탐험에 관한 모험담을 듣고서 스스로 탐험가가 될 수도 있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만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모든 서구인들에게 아직 제대로 탐험되지 않은, 지구상의 가장 이국적인 장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었다.
….
물리적으로 개척할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자연스러운 사실에 사회적 추세 네 가지가 더해지면서 숨겨진 비밀에 관한 믿음을 뿌리째 없애버렸다.
1. 점진주의
2. 위험회피
3. 무사 안일주의
4. 평평화(글로벌화)
p.129~131

 

우리는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거나 단순히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 마피아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뉴욕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할 때 나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내가 함께 일했던 변호사들은 가치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한 사람씩 따지면 매우 인상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서로의 관계는 튼튼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려면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사무실을 그저 직업적 관점으로만 보고, 거래를 하기 위해 프리랜서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서로를 차갑게 대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심지어 합리적이지도 않다. 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가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써버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직장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지속되는 관계가 남지 않는다면 결코 시간을 잘 투자한 것이 아니다. 순전히 금전적으로만 따지더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페이팔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길 바랐다. 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튼튼해지면, 단순히 사무실에서만 더 행복하고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팔을 넘어 우리의 커리어에서도 더욱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는 실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해야 했다. ‘페이팔 마피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p.159~160

 

하지만 기업가라면 극도의 헌신적 문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에 미적지근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일까? 그저 직업적인 태도만 취하는 것이 유일하게 이성적인 접근법일까? 광신 집단의 정반대는 액센쳐 같은 컨설팅 회사다. 컨설팅 회사에는 뚜렷한 자체적 미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개별 컨설턴트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린다. 회사에 대해 장기적 연결고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 문화는 다음과 같은 일직선상의 한 점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스타트업은 조금 덜한 정도의 광신 집단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광신 집단은 뭔가 중요한 부분에 관해 광적으로 ‘틀린’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이 놓친 무언가에 관해 광적으로 ‘옳다.’ 이런 종류의 숨겨진 비밀은 컨설턴트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전문가들이 당신 회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광신 집단, 심지어 마피아라고 불리는 편이 차라리 낫다.
p.166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이 도산한 이유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봐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이사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 기술 :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p. 202

 

테슬라의 CEO는 완벽한 공학자인 ‘동시에’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팀도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일론은 자신의 스태프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테슬라에 들어왔다면 특수부대에 있기로 한 거나 마찬가지죠. 정규군도 문제는 없지만, 테슬라에서 일한다면 한 차원 높은 게임을 해야 합니다.”
p219~220

 

아마도 ‘우리가 우주적 규모의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것들(우주,지구,조국,회사,인생,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단 한번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것들을 창조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우리는 0에서 1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히 지금과 다른 미래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처음 고대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낯설고도 신기했던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이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미래가 올 때까지 세상을 보존할 수 있다.
p.250~251

 

 

 

  • Published: 1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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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 라이언 홀리데이 저, 고영혁 역/편저

앞선 생각

언제나 뿌리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작업의 근간은 디자인(사고)으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디자인으로 접근하였기에, 기획과 차별화에 대한 부분이 기능적으로 흘러가기가 쉽다.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마케팅 측면의 기획, 아이디어도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
그로스 해킹이 마케팅을 대체한다고 하고, 그로스 해커는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디자이너는 그로스 해킹에 어떤 측면으로 뛰어들어야 할까?


사실 어딘가 있는 교과서의, 그 교과서의 참고서의 요약본 같은 느낌이라, 다 맞는 말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북마크하다가 북마크가 부족해서 힘들었다. 살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알게되는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의 관점으로 연결시켜놓은 것처럼 새롭지 않아보이면서도 아주 중요한 것들을 담고 있다. 기억의 저편에 있었으니까..

책에서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래의 내용인데, 그래서 그로스해킹이라는게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기획하고 만들고 출시하고 끝- 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과정에 지속적으로 해킹을 하여 최적화 시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난 운영과는 서울에서 부산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산업 구조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입장에서는 디자인이, 제품이 꼭 그래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비교불가한 속성이 있고, 한편으로는 결국 사용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제품도, 의자는 한번 디자인해서 몇십년 쓸 수 있고 더 디자인 할 필요도 없지만, 복잡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거나 전자제품인 경우 지속적으로 개선을 해야하고 (때로는 필요없는) 새 버전을 내놓지 않나? 단지 비용이 문제이지.

사실, 이 책의 중심에 디자이너는 없다. 그래서 더 밑줄 칠 것이 많았다.

STEP 1

글의 도입부에 첫 사례로 핫메일을 설명하며,

이 작은 기능이 모든 것을 뒤바꾸었다. 이 기능은 핫메일 이용자가 보내는 모든 이메일이 이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 광고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광고 자체가 귀엽고 창의적이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했던 놀라운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각각의 이용자는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였고, 각각의 이메일은 더 많은 이메일과 더 행복한 고객들을 만들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많은 이용자들을 이 서비스로 끌어들이도록 이 기능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추적되고 최적화되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p22-23

이 짧은 설명에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결국 모든 그로스해킹의 방식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사용자가 스스로 퍼뜨리는 모델을 만들고, 그것이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들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용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언제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을 추적하며 최적화하고 향상시키며, 사용자들을 더 늘리며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게 가장 마음에 든다.

그로스 해커의 일은 그 동안 알고 있던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정말로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고 아주 작은 가능성에서 거대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다. p25

그로스 해커는 전통적인 마케팅 교본을 버리고 그것을 검증 가능하고, 추적 가능하며, 확장 가능한 방법만으로 대체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광고, 홍보, 돈 대신 이메일, 클릭 당 지불 광고, 블로그, 플랫폼 API를 도구로 사용한다. 마케터들이 ‘브랜딩’, ‘마인드 공유’와 같은 모호한 개념들을 추구하는 반면, 그로스 해커들은 이용자와 함께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며, 그들이 제대로 했을 때 이용자는 더 많은 이용자로, 그렇게 해서 들어온 이용자는 더더욱 많은 이용자로 이어진다. 그들은 스스로 생존하고 스스로 성장 가능한 그들만의 그로스 머신을 발명하고 운영하며 정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그로스 머신은 스타트업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위대한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p.26

위 내용에서 그로스 머신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만능상자로 비춰진다. 그리고 그것은 그로스 해커(프로그래머)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목수가 자신이 필요한 연장을 직접 만들어 쓰듯이 말이다. 최근 작업을 해보며 확실히 그런 측면이 느껴진다. 일단 쓸만한 로그 자료들이 모이면, 데이터 분석가는 그것을 가지고 요리를 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 틀이든 계산기이든 말이다. 그 계산기가 파이썬과 같은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아마 내가 모르는 세계가 또 있을 텐데, 정기적으로 동일한 틀로 확인해야 하는 리포트와 필요할 때마다 다르게 분석해보는 리포트가 있다고 한다. 이건 뭔지 다시 찾아서 알아둘만 하다. 그로스 머신이라고 하는 것은 각자의 서비스에 맞게, 제대로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으로 구현된 ‘틀과 자료’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책에서 살펴볼 그로스 해커는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예산이나 자원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스타트업에서부터 시작한다. 혁신을 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그로스 해커는 이런 돈 없는 스타트업을 수십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만들어냈다. ……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광고를 뿌리거나 신문 일면을 도배하는 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대신, 외과용 메스와 같이 정밀하면서도 목표가 명확한 도구를 구체적으로 지정한 이용자들에게 들이대는 것이 바로 그로스 해커다. p.27

그로스 해커는 그들의 기원을 프로그래머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세이다. 그들은 데이터 과학자로서 디자이너나 마케터를 만나고 여기서 얻을 정보들을 처리하여 다르게 활용한다. p. 29

스텀블어폰의 성장 담당 이사 director of growth 인 아론 긴은 다음과 같이 멋지게 정리했다.
“그로스 해킹은 도구라기보다는 사고방식이다”
좋은 소식은 그로스 해킹이 당신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과 같이 심플하다는 것이다(만약 마케팅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버려야 할 기존 관념이 훨씬 줄어든다). 그로스 해킹은 1-2-3 이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절차 fluid process로 진행된다. 그로스 해킹의 핵심은 마케팅이 회사의 목적이나 제품 개발 생명주기를 위해 시작되는 독자적인 행동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다. 그로스 해킹의 핵심은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업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방식이다. p.30

처음에 그로스 해킹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가장 큰 이유는 명백하게 잘못된 접근 방법을 철저하게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로스 해커는 맨 처음 마주하는 사람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제품, 넓게는 전체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조차도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최고의 마케팅 의사결정은 실존하는 잘 정의된 이용자 집단이 갖고 있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비즈니스를 갖는 것이다. p.35

에어비엔비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회사들은 그로스 해커들이 제품 시장 궁합 PMF; Product Market Fit이라는 것을 달성하기까지 새로운 것들을 반복하여 시도하는 데에 오랜 시간을 들인다. 어떤 사람들은 한번에 찾기도 하지만 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제품과 제품의 소비자들이 서로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는 제품 시장 궁합에 도달하는 최고의 방법은 ‘최소 존속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으로 시작해서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우리 대다수가 해오던 것, 즉 우리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최종 제품을 가지고 대중에게 출시하려고 노력했던 것과 정반대의 방법이다. p. 39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백하다. 수수방관하는 것을 그만두고 바쁘게 움직여라. 제품을 최적화하여 확산되도록 하고 소비자와 매체 그리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도록 하라. 이것이 마케터로서 또는 그로스 해커로서 당신이 자신만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다. 요컨데 당신은 프로듀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을 도와 나란히 서도록 조정하는 번역가인 것이다. p.39-40
PMF라는 것은 결국 MVP와 피봇팅을 통해 최적의 지점을 찾는,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핵심적인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교과서처럼 맞는 말이면서도,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무엇이 MVP인가? 이것이 MVP라고 확신해야 하는 순간이 시작점인지 시장에 내놓았을 때인지 알기 어려울 뿐더러, 피봇팅이 필요한 시점인지와 어떤 방향으로 피봇팅을 해야할지를 결정해야하는 순간순간이 힘들다.

더 이상은 그냥 개발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라. 적절한 투입과 규칙, 기준, 피드백을 통해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로스 해커는 반복, 심사숙고와 사업의 모든 양상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통해 도울 수 있다. 즉, 제품 시장 궁합은 데이터와 정보로 뒷받침되는 느낌인 것이다. p.41

아마존의 CTO인 워너 보겔스는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FAQ를 작성할 것을 제안한다(잠재적인 이용자들의 이슈와 질문을 미리 짚어볼 수 있다). 또는 페이지의 목업을 만들어서 이용자 경험의 핵심적인 부분을 정의하거나 가상의 시나리오를 적으면서 제품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누구에게 잘 맞고 그들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시작할 수 있다. 끝으로 사용설명서를 적어볼 필요가 있다. 워너는 보통 사용설명서의 세 가지 요소로 개념, 이용 방법, 참고 사항을 언급한다. 이 세 가지를 정의한다는 말은 당신이 소비자가 지각하는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워너는 만약 고객의 유형이 한 가지 이상이면 그에 따라 사용설명서도 여러 개 적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p. 43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듯, 더욱이 스타트업이라면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그 목적은 잊지 말고 새겨둘만 하다. 특히 소비자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고객의 유형별로 서비스가 어떻게 느껴질지,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를 고민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때때로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마케팅’이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겉으로 가장 먼저 드러나는 일이 사실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소인 경우가 종종 있다. p44
이후 에버노트의 사례가 나온다. 잘 알려져 있듯 창업자 필 리빈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결코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모든 예산을 제품 개발에 쏟아붓고 최고의 생산성-노트 어플리케이션이 되었다고 말한다.

..제품을 보도록 하기 위해 다양하고 재치 있는 방법들을 계속 해서 시도했다. 고객들이 “미팅할 때 노트북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상사가 자꾸 의심해요”라고 불평을 털어놓자, 에버노트 팀은 다음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했다. “버릇없이 구는 게 아니에요. 에버노트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많은 고객들이 여기저기 미팅을 하러 돌아다니면서 에버노트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되어 버렸다. p.46

마케팅 관점의 아이디어-기획의 좋은 사례(혹은 극단적인)이다. 어쩌면 생각하기 쉽지만, 지속적으로 디자인 관점에서 기능적을 사용성을 좋게 하는 것만 생각하다보면 이런 재치있는 아이디어는 놓치기 쉽다. 핫메일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에게도 도움을 주며 사용자가 서비스의 광고를 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윈윈작전 아닌가! 누군가는 항상 빨간모자 검은모자와 같이, 마케팅 뱃지를 달고 무언가 일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 휘젓고 다녀야 한다. (우리 서비스의 고문 역할을 하시는 분이 해준 말이다)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이제 성공과 실패는 마케팅을 먼저 하느냐가 아니라 제품 시장 궁합을 먼저 만드는 것에 좌우된다. 일단 PMF를 만들면 그 이후의 마케팅은 기름에 듬뿍 적신 장작더미에 성냥불을 던진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든다. 예전에는 어떠헥 했냐고? 그냥 성냥을 탁 마찰시켜 성냥불을 만들거나 어딘가에서 불이 번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p. 46-47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름 아닌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다. 모든 가정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계속 질문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 그들은 이걸 왜 사용하는가? 나는 걸 왜 쓰는가? p. 47

STEP 2

레딧의 천재적인 그로스 해커인 아론 스와르츠가 알려지지 않은 두 개의 서비스(위키피디아, Change.org와 같은 형태의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실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라라 맥파쿼가 <뉴요커>에 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예전에 아론은 만일 위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당신에게 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을 끌고 와야만 하는 것이다.” p.51

그렇다. 구세대 방식과 마찬가지로 그로스 해킹 역시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그 방식이 싸고, 효과적이고, 대개는 독창적이면서 새로운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전통적인 마케팅은 하나같이 새로운 뉴스거리나 광고 캠페인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스타트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p.52

그로스 해커가 생각하는 방식은 어떻게 돈을 써야 가장 효과적인 한 방을 딱 맞는 사람에게 날릴 수 있느냐이다(다음과 같이 매우 평범한 질문이다. 어디에서 적절한 사람을 찾지? 만약 이 질문에 즉시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면 자신이 속한 산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는 뜻이며, 심지어 제품 출시를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끝). p.58

특정한 공간에서 소수의 불확실한 초기 사용자를 조금이라도 끌어올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때때로 ‘꼼수’를 부리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이것은 종종 다른 경쟁자들이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환경이나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로스 해커라는 용어를 만든 초기 장본인 중 한 명인 패트릭 블라스코비츠는 다음과 같이 잘 정리했다. “당신의 제품이 혁신적일수록,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롭고 독창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 p.60

스타트업 세계는 초기 이용자 집단에서부터 매출을 이끄는 똑똑한 그로스 해킹을 실행하는 회사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해서든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강력한 동요 상황이 스타트업들을 매우 창의적으로 만든다. 에어비엔비를 다시 살펴보자. 이 회사의 가장 효과적인(위대한 제품을 만든 것은 일단 제쳐놓고) 마케팅 전술은 전통적인 마케팅 팀에서는 시도는 물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용자들이 에어비엔비에 매물을 올리면 자동으로 크레이그리스트에도 동시에 매물이 올라가는 기능을 마케터가 아닌 개발자들이 만들었다. ……
앤드류 챈은 이 전술을 위한 스터디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솔직히, 전통적인 마케터는 이런 식의 결합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 이것을 이루려면 기술적인 고려를 수없이 해야 한다. 그 결과 크레이그리스트로부터 더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개발자뿐이었다. p.63-64

당신의 스타트업은 그로스 엔진을 달아야 한다. 초창기 어떤 임계점에 도달해서 이 엔진에 시동을 걸어야만 한다. 좋은 소식은 이 시동 걸기는 딱 한 번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가 더 많은 관심을 얻거나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마케팅의 반복되는 홍보 사이클은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다. 일단 최초의 고객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다음 단계는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p.66

STEP 3

”그런데 왜 고객이 그렇게 해야 하죠? 실제로 당신의 제품은 퍼뜨리기 편하게 만들어졌나요? 제품 자체가 정말 말할 가치는 있는 건가요?” …… 하지만 구전성Virality은 그렇게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p.68~69

구전성은 이미 확산되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제품의 탄생부터 공유할만한 가치를 지녀야만 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구전성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와 캠페인을 제품에 추가함으로써 당신이 원하는 확산을 촉진시키고 용이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p.70~71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그저 공유를 권장해서는 안 되며 공유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만약 당신의 제품이 그렇지 못하다면 대체 누가 그것을 고유하겠는가? 반면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 제품을 앞장서서 광고할 것이다. 마치 그렇게 해서 자신이 이득이라도 보는 것처럼 말이다! p.71~72

STEP 4

베인 앤 컴퍼니에 따르면 고객 유지율을 5% 상승시켰을 때 회사 수익성은 30%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마켓 매트릭스는 기존 구매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확률은 60~70%이지만, 신규 고객에게는 5~20%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그로스해커 TV의 브론슨 테일러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유지는 획득을 이긴다(Retention trumps acquisition)”
그로스 해킹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와 노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곳에 퍼붓는 것이다. 잠재 고객을 더 찾겠다고 하다가 회사에서 짤리는 것보다 현재의 잠재 고객을 활성화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 즉, 현재의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끄집어내는 방향으로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여 제공하는 것이 낫다.

  • Published: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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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 스테판 비알. 이소영 옮김

어렵지만 유익한 내용들로 가득 찬 책을 읽었다. 이번 책을 읽을 때는 꼭 독후감 형식으로 정리를 하려고 했으나,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에는 내공이 너무 부족하여 좋았던 내용만 발췌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서문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이 활동을 규정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마치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여, 또는 여러 목표들이 서로 부딪쳐 그림자만 흐릿하게 비추는 듯하다. 그렇다면 실용적이기 이를 데 없지만 도달하기는 만만치 않은 단순한 기능적 형태에 만족해야 할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시금 고안해야 할까? 멋지고 세련된 물건을 만들어내야 할까? 환경에 책임을 진다는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할까? 그리고 진보라는 것을 아직 조금은 믿어야 할까? 저자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정신분열증 환자와도 같은 존재다. 맞는 말이다. 또한 여러 가지 제약을 결합시켜야만 하는 불가능한 묘기를 시도하는 곡예사이기도 하다. 한편에는 시장이, 다른 편에는 인간이 있고, 또 조형과 자연, 공장과 가벼움, 가난한 이들과 부자들이 있다. 이 제약은 끝이 없다. 한없이 밀려오는 모호함 속에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시도하는 이 직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파트릭 주앵, 디자이너. p.8-9

4. 자본을 넘어

디자인은 구조적, 역사적 모순에 토대를 두고 있다. 우선 디자인은 사회주의의 고안물이다. 영국에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산업화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자본주의의 고안물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공업 생산을 받아들이면서 태어나 미국에서 ‘산업 디자인’이라는 형태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모순된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것이다. 또한 그 어떤 활동을 정의할 때도 정치적 양면성이 이 정도까지 구체화되지 않는다. 사회주의적인 동시에 자본주의적인 것. 이것이야말로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요구다. 이는 산업 없이 산업 디자인을 하라는 말과도 같다. p.51

그러나 비판적 입장을 넘어서 디자인은 스스로 미치려고 애쓰지 않는한, 시장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은 바로 ‘올리베티Olivetti’브랜드와의 협력 작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다. 파파넥의 ‘현실 세계를 위한 디자인’이 출간되고 나서 두 해 뒤인 1973년 에토레 소트사스는 디자이너에게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이런 의혹에 대해 아주 시의적절한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다들 나를 나쁜 놈이라고 한다’라는 제목의 저 유명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사람들은 다들 나를 아주 나쁜 놈이라고 하고, 다들 내가 디자이너라서 정말 나쁜 놈이라고 하며, 다들 내가 이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거라고-그리고 내가 나쁜 놈이라고-하고, 다들 누군가 이 일을 해도 잘해봤자 꿈속을 헤매기만 할 뿐이라고 한다. 다들 디자이너의 “오직 한 가지 목표는 생산 주기에 통합되는 것”이라고 한다. 다들 디자이너는 계급 투쟁이 무엇인지 성찰하지 않고, 사람들의 대의에 봉사하지 않으며, 그 반대로 체제를 위해 일하고, …… 체제가 그를 먹어버리고 소화시키며 그로 인해 더욱 잘 유지될 뿐이라고만 한다. 그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디자인의 ‘원죄’로, 바로 이런 원죄를 들어 모든 악에 대해 디자이너를 비난할 수 있다는 것이다.

p.53-56

이처럼 디자이너가 된다는 말은 윤리적 입장을 정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시장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이전 독일공작연맹 시대로 치면 표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한다는 말과도 같다. 바로 그런 이유로 디자인은 끊임없이 정당성을 추구하는데, 시장만으로는 디자인에 그 어떤 정당성도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디자인에 단지 수단만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시장 외의 다른 곳에서 자신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동시에 시장의 ‘위력’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 수단’이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은 산업과 함께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산업을 받아들이면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공업 생산(대량 생산) 수단을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을 이루는 소비사회(대량유통)를 윤리적으로 인정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디자이너들은 산업 디자인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소트사스가 자신의 팸플릿에 다음과 같이 덧붙인 언급은 타당성을 얻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야 그렇지 않느냐를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디자이너일 때 이것을 가지고 할 수 잇는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 독일공작연맹에서 결국 표준을 인정하게 된 것처럼 현대 디자인은 결국 소비를 인정해야 한다. 산업 세계의 미래는 산업 세계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이제 탄생하기를 그만두고 이제 산업 사회와 소비 사회라는 원칙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아야 할 때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가지고” 꿈꾸게 만들어야 할 때다. p.58-59

5. 디자인의 효과

나는 디자인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디자인 효과’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내가 의미하고자 하는 바는, 디자인은 어떤 공간이나 제품, 서비스이기 이전에 특히 그 공간이나 제품,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이 ‘존재자’가 아니라 ‘사건’이고, 사물이 아니라 반향이며, 소유물이 아니라 파급효과라는 뜻이다. 하라 켄야가 아주 적절하게 말하듯이 디자인은 “존재하는 사물things that are” 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사물things that happen”을 고안하는 작업이다. 달리 말해 디자인은 수행적performatif 사건이라는 얘기다. 디자인은 그 어떤 것이 되기 전에 그 어떤 것으로 발생한다. 나는 이런 현상을 ‘재복제reduplication’라고 일컫는다. 자신에 대해 말하는 동시에 자신을 만든다는 뜻이다. 디자인에게 존재한다는 것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것이야말로 디자인의 현상성이다. 바로 그렇기에 디자인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지 않고 오직 몇몇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효과이기도 하다. 또 바로 그렇기에 산업은 그 어떤 디자인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또 바로 그렇기에 디자인 효과는 모든 산업적인 맥락 밖에서도 합당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무엇으로 구성될까?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해보도록 하자. p.63-64

첫째, 디자인 효과는 ‘형태조화callimorphique 효과’다. 디자인의 첫 번째 효과는 형태적 아름다움의 효과라는 의미다. p.64

둘째, 디자인 효과는 ‘사회조형 효과effet socioplastique’다. 디자인의 두 번째 효과는 사회 개혁 효과라는 의미다. 이말은 예술 형식을 창조하는 동시에 삶의 사회적 형태를 다시금 주조한다는 뜻이다. 함께, 그리고 나란히 존재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디자인은 항상 ‘사회디자인sociodesign’으로, “사회를 조각하는”작업을 하는 문명의 창조자인 것이다. 더군다나 바로 여기에 디자인의 도덕적 토대가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디자인이 윤리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유일한 방식은 ‘수단’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시장은 디자인의 특별한 ‘수단’이고, 디자인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는 ‘자본을 넘어서’ 사회를 조각하는 작업을 하는 일이다.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틀을 개선하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구성하며, 미래의 커다란 문제들에 대처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p.66-69

셋째, 디자인 효과는 ‘경험 효과effet d’experience’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만 앞의 효과들만큼이나 중요한 효과다. 이는 앞에서 말한 두 가지 효과를 넘어서면서도 이를 결합시키고 확장시키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경험효과’라는 말로 내가 의미하고자 하는 바는 디자인은 특히 ‘사용자의 경험’에 작용하는 ‘사용의 경험empirie’을 증가시키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이다. p.71

디자인은 단지 필요한 사전 조건에 불과한 ‘사용 가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용 경험’, 즉 직접 사용하며 겪은 경험의 질을 다룬다. 왜냐하면 나는 그 어떤 경험의 질에 대한 제안 없이도 욕실이나 손목시계, 전화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용 경험을 하는 것이다. 샤워 부스의 배수 발판에서 물이 흐르고, 벽시계의 초침이 초를 가리키며, 귀가 찢어질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가 내게 전화가 왔음을 알린다. 그러나 내가 욕실을 이용하면서 감각적 즐거움을 맛본다면, 몇시인지 확인하면서 깜짝 놀란다면. 또는 전화를 사용하면서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나는 가장 평범한 행위 속에서도 쾌락의 발현을 경험하고, 이는 내 삶의 경험에 더 나은 존재의 질을 부여하게 된다. 이로부터 디자인이 공업 생산물은 물론 모든 기능적인 장치, 즉 사용자들을 가담시키는 모든 장치에 가져다줄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비롯된다. 이 부가가치는 자본의 너머에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매 순간 존재를 매혹시키려는 근본적인 필요에 부응하고 있다. p. 74-75

6. 프로젝트 작업

이런 의미에서 디자이너는 현실에 대한 기획을, 다시 말해 실현가능한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그 자신에게 고유한 창조적 방법을 사용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분석’이다. 디자이너는 조사를 하고, 자료를 찾으며, 정보를 얻는다. 맥락이 어떠하고 관계된 사람들이 누구이며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문제화’다. 디자이너는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하며,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표현한다. 세 번째 방법은 ‘구상’이다. 디자이너는 상상하고, 발명하며, 꿈을 꾼다. 그는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그 중에서 자신이 감당할 만한 것을 한 가지 골라 이를 옹호할 준비를 갖춘다. 네 번째 방법은 ‘드로잉’이다. 디자이너는 초안을 잡고, 도면을 그리며, 모형을 만든다. 그런 다음 프로젝트의 최종 형태를 창조한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방법은 ‘설명’이다. 디자이너는 발언하고, 발표하며, 증명한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옹호하기 위해 자기가 한 선택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방식을 구성하는 단계다. 디자이너는 기획자로서 어떤 계획이나 의도, 의향을 내세운다. 또한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예측하는 능력이야말로 디자이너를 다른 모든 드로잉 전문가들로부터, 다시 말해 예술가(예술 작품으로서의 소묘)나 엔지니어(기술적인 제도)로부터 고유한 존재로 구별시켜준다. 결국 디자인을 한다는 말은 프로젝트를 구상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구상한다는 뜻은 무엇인가를 미리 계획한다는 의미다. 바로 그런 까닭에 디자이너의 창조 절차는, 그것이 예상 방식이라는 점에서, 또는 이탈리아어로 디자인을 ‘프로제타치오네progettazione’라고 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된다. 그리고 이는 세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 우선, ‘예상’의 의미에서 ‘존재론적 예측’이다. 디자이너는 우리의 존재를 앞으로 내던져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로 하여금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미래를 꿈꾸게 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사회를 미래 속에 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 디자인은 유토피아의 동인이 된다. – 다음으로, ‘표상’의 의미에서 ‘개념적 예측’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앞으로 내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이나 기업가, 엔지니어, 제조업자들이 디자이너의 의도를 하나의 전문적인 방식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현실을 예측한 상태를 구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술은 사회적 기능을 할 뿐이지만, 디자인은 하나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기획자를 통한 ‘소통’의 의미에서 ‘시각적 예측’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우리의 눈앞에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 이미지에 유효한 담론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창조하는 방식이다. 왜나하면 프로젝트 작업이야말로 디자인 효과 발생이 예상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p. 82-84

7. 디지털 디자인

특히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은 컴퓨터 지원 설계CAD를 실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컴퓨터로는 하지 않는 일”을 내세우면서 자신을 규정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럴테면 이들 중 일부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따라야만 하는 정보과학논리가 창조적인 사고를 억누른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또 다른 이들은 기획자로서의 작업이 메뉴에서 옵션을 선택하는 단순한 일로 축소되었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가르치는 학교의 동료들도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곧잘한다. 이들에 따르면, 드로잉은 가시적인 것을 해독하는 법을 배우는 데 대체불가능한 것으로, 드로잉을 한다는 말은 보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고, 다시 말해 건물과 물건의 형태적 구조를 해독하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드로잉을 할 때, 우리는 다른 경우에는 하지 않을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드로잉을 한다는 말은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까닭에 크로키는 이들에게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조사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p. 91-92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이미 1762년에 ‘에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 드로잉을 가르치는 일을 옹호했다.

나는 내 아이가 기술 그 자체를 위해서라기보다 정확한 시각과 유연한 솜씨를 갖추기 위해 이 기술을 연마하기를 바란다. …… 따라서 나는 아이에게 그림 선생을 붙여줌으로써 베낀 것을 또 베끼는 법만 가르치고 그림을 보고서만 그리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자연 이외의 다른 스승을 두지 않고, 사물 외의 다른 모델을 택하지 않기를 원한다. 나는 아이가 눈앞에 실물 그 자체를 둘 뿐, 이를 재현한 종이를 두지 않기를, 또 집을 보고 집을 그리고, 나무를 보고 나무를 그리며, 사람을 보고 사람을 그림으로써 물질과 외관을 유심히 관찰하는 데 익숙해지기를 원한다. 이것이야말로 관찰을 하면서 그리는 드로잉이 지니는 미덕이다. 요컨대 고전적인 생각이지만,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지니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p.92-93

1943년에 태어난 빌 모그리지는 영국의 산업 디자이너, 1979년에 최초의 노트북 ‘그리드 컴퍼스Grid compass’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다. 1982년에 시판되어 1985년, 디스커버리 우주선에 탑재된 이 노트북을 위해 모그리지는 특히 모니터-덮개를 닫으면 컴퓨터가 꺼지는 원리를 고안했다. 그는 한 동영상 대담에서 “이토록 혁신적인 무엇인가를 제작하던 팀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능성을 갖춘 최초의 시제품을 제작한 1981년,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페이스를 조작하기 시작하던 그는 프로그램에 쏙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그는 만약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하고 싶다면, 인터랙티브 기술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이 때, 새로운 디자인 분야가 태어난 것이다. 모그리지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고안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직업을 더 이상 아름답거나 유용한 어떤 구체적인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과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p.97-99

이처럼 ‘인터랙티브 디자인’은 제품만이 아니라 사용자와 제품 사이의 상호작용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정함으로써 ‘사용자 중심 다지인’이나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상호작용 지향 디자인’의 동의어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올바른 것은 아니다. 내가 앞에서 보여주려고 했듯이, 경험의 가치, 즉 사용 경험의 질에 기울이는 관심은 일반적으로 모든 디자인 절차의 근본적인 가치를 이루기 때문이다. 요컨대 독창적인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사용자에 중심을 둔 인터랙티브 디자인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p.106

하지만 무엇인가를 정의한다는 목표를 넘어서 디지털 디자인이 오늘날 제기하는 주요 문제는, 이 디자인이 단지 새로운 한 분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디자인과 같은 편에 위치하게 될지(즉, 제품 디자인, 공간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에 디지털 디자인이 추가된다는 뜻인지), 또는 디자인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됨으로써 기존의 모든 디자인 분야 속에 편입되어 디자인이라는 영역의 본질을 변화시키게 될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휴대용 단말기와 사물 간 인터넷IoT의 시대에 아직도 디지털을 제외하고서 제품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을까? 또한 ‘시티 2.0’과 위치측정 서비스의 시대에 공간 디자인과 건축은 더 오랫동안 디지털과 거리를 둘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모바일 웹과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그래픽 디자인은 여전히 ‘멀티미디어’를 이야기하는 차원에 머물러야 할까? 그리고 매일 프랑스인들이 미디어나 멀티미디어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평균 40.4회나 접촉하고 여가로 웹 서핑에 2시간 17분이나 할애하는 이 시대에 디지털 혁명 없이 종합 디자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 결국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듯 디자인이 디지털 속에 완전히 흡수될지, 또는 내 생각처럼 디지털이 디자인에 그저 흡수될지는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러기 전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는, 프로젝트 수주명세서에 새로운 작업에 대한 제약으로, 이를테면 환경 보호 차원에서 가하는 제약과 같은 자격으로-그러니까 적어도 문제를 제기하기라도 한다는 차원에서-디지털을 제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p. 111-112

8. 미래의 디자인

그러나 디자인 진흥원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혁신은 삶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브누아 엘브랭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안하는 ‘삶의 계약’ 같은 것이 아니라면 결국 성공한 혁신이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의 계속되는 설명에 따르면, 혁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물건들을 재구성하면서 개인들에게(소비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그리고 일관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삶의 각도’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처럼 혁신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완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각도를 제시하는 것이라면, 디자인은 혁신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 단, ‘디자인을 통한 혁신’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디자인’이라고 문구를 뒤집는다는 조건에서만 그렇다. 이 말은 디자인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지 말고, 혁신을 디자인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수단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목표이고, 혁신은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이때부터 성공적인 혁신은 “의미 있는 물건을 만들어 기업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실제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혁신을 뜻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디자인은 윤리와 미학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브랜드를 드러내는 진정한 ‘브랜드 프로젝트’속에 포함되어야 한다.

‘브랜드’라는 말이 대상을 구별시키고 차별화하기 위해 첨부한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좀 더 본질적으로 의미의 세계와 가치를 창출하는 장치를 의미하고자 한다면, 이 개념은 대상의 사용 양상과 삶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하나의 약속처럼 이해될 수 있다.

p.117-118

그렇다면 왜 여전히 혁신하려고 할까? 그리고 왜 여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할까? 이 점에 대해서는 베르나르 스티글러도 다음과 같이 인정한다. “우리로 하여금 처음에는 원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채택하게 하기 위해 심리적 기술이 개발된다. 사회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그 어떤 욕구도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몇몇 사람들이 저소비 전력형 전구를 사용하거나 몇몇 제품이 환경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해서 현재 제기되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디자인의 힘만을 믿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이 길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왜냐하면 “이것은 디자인의 문제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시스템이 끼치는 환경적인 영향력의 80%가 구상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은 단지 삶을 변화시키고 디지털을 도입하며 기여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혁신만이 될 수는 없다. 혁신은 동시에 이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p.126-127

생각하는 사물

다음으로 두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를 낳는 수단으로서의 실험 단계다.(“만들면서 배우기Learning by making”). 통념과는 달리 창조적인 절차에서 구상은 결코 실현 ‘이전에’오지 않고 언제나 실현 ‘이후에’ 온다. 디자인을 한다는 말은 만들기 위해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만든다는 뜻이다. 철학자 알랭Alain은 1920년에 이미 예술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이디어는 예술가가 행함에 따라 찾아온다. 아니, 아이디어는 관객에게 그렇듯 뒤이어 찾아오며, 예술가 자신도 탄생하고 있는 중인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관객이 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고 확신하기 전에 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순간은 바로 ‘관념화ideation’의 순간이다. 프로토타입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고, 여기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실험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이다. p. 131

하지만 ‘디자인적 사고’라는 개념은, 현대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을 규정하고 이론화하기 위해 그들 자신이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디자인 개념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자 할 때 디자인은 철학적 몸짓과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인데, 왜냐하면 디자이너가 없이는 디자인 철학도 구축될 수 없기 때문이다. p.134

  • Published: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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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spark of genius (ing…)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기 전부터 나타나며, 논리학이나 언어학법칙이 작동하기 전에 감정과 직관, 이미지와 몸의 느낌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창조적 사고의 결과로 나오는 개념은 공식적인 의사전달 시스템, 이를테면 방정식, 그림, 음악, 춤 등으로 변환될 수 있다.”

“전문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지식은 파편화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의 기원이나 의미는 무엇인지, 어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 전문적 지식의 양은 늘어나는 데 비해 학문 간의 교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서 종합적 이해력은 퇴보 일로에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의 풍요속에서 오히려 암흑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탄생 spark of genius

서문이 참 마음에 든다.

ing…

  • Published: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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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an Startup – 에릭 리스

린 스타트업 책을 읽었다. 사실 자의로 읽은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일로 읽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의미있게 다가온 책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린 스타트업 책을 읽는 와중에 린UX도 함께 접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생각이 한쪽으로 쏠린 경향도 있다.

Lean startup이라는 단어와 함께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단어는 LeanUX이다. 사실 둘의 차이는 나에게 아직 모호하고, Lean 이라는 둘레에서 UX와 Startup이 맞닿아 있는 정확한 지점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하게 된 것은, UX디자인은 폭포수(waterfall) 방식의 프로세스보다는 계속해서 반복(iteration)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Lean이라는 것이 디자인을 그 반복의 과정에 속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적합한 틀이라는 것이다.

UX디자인에서의 반복과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하나는 UX디자인 과정 내에서 작은 반복이고, 하나는 전체 프로젝트(사업)내에서의 큰 반복이다.

첫 번째로 작은 반복은 문제를 발견-검증-해결하고 구현하는 단계의 반복으로 그 안에서 반복을 이끄는 원동력은 프로토타입과 베타테스터(?)를 활용한 UT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실제 서비스가 아닌 프로토타입이라는 것과, 실제 사용자가 아닌 짧은 시험 사용해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UT가 UX디자인을 절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업 전체의 구조에 알맞은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정되어 왔으며 지금도 효용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큰 반복은 서비스(제품)을 출시하고 유지하고 보수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만들어가는 단계의 반복으로, 그 안에서 반복을 이끄는 원동력은 실제 사용자에 대한 측정과 그 지표라 할 수 있겠다. Lean startup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앞의 첫 번째 반복이 주로 단위가 큰 프로젝트에 알맞은 방식이라고 하면 두 번째 반복은 작은 프로젝트(새로 시작하는 서비스, 특히 요즘같은 IT 스타트업 부흥기에)에 알맞은 방식이다.

물론 위의 두 반복과정은 나의 생각일 뿐이며, 더 경험하다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일 좋은 방식은 첫 번째 방식과 두 번째 방식이 혼합될 때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프로젝트의 크기(혹은 기업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것이 현실성 있는 답안인 것 같다. 그리고 문제는, 작은 스타트업들은 두 번째 방식의 반복을 지향해야 하지만 몸과 마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잘 실천하기 힘든 것 같고, 따라서 이런 Lean startup이란 책까지 나와서 이슈화되고 있지 않나 싶다.

책과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해놓았는데, UX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생각난 것들을 이야기해 본 것이다. LeanUX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위의 고민을 해봐야 겠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밑줄 긋고 싶었던 부분.

린스타트업 방법은 반대로 회사를 어떻게 ‘운전’해 나가는지를 알려준다. 수많은 가정을 바탕으로 복잡한 계획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측정-학습’이라는 피드백 순환을 통해 운전자와 운전대가 서로 상호 작용해 나가는 것처럼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이처럼 끊임없는 조정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현재 진행해 나가는 사업 방향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진행하는 방식 그대로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p. 10

스타트업도 다 그들만의 목적지가 있다. 세상을 바꿀 만한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스타트업의 ‘비전’이라고 부른다. 이 비전을 실현하려고 스타트업은 사업 모델, 제품 개발 로드맵, 파트너와 경쟁자의 정의, 고객의 정의 등을 포함하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제품과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이 전략의 결과물로 존재하게 된다(다음에 나오는 그림을 보라). – 비전>전략>제품으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 제품은 ‘엔진 튜닝’이라는 최적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전략은 제품보다는 덜 바뀌지만, 방향 전환이라는 과정을 통해 역시 변화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비전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창업가들은 이 비전을 통해 조직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끌고 간다. 중간 중간 성과 측정을 잘 하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다음에 나오는 그림을 보라). -*변화 : 비전>전략(방향전환)>제품(최적화)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 (비전은 유지된 채 방향전환 및 최적화를 통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내용) p.11~12

내가 창업가라면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린 스타트업은 창업가들이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론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해 보자. 스타트업이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고 나온 조직이다. 나는 이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정의가 생략한 것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정의는 회사 규모, 사업 분야, 산업 종류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즉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만 하다면 그 조직이 정부 조직이든, 대기업 신규 사업 부서든, 비영리 조직이든, 벤처 기업이든 모두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상관없이 말이다. p. 17

마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제품 관리자는 ‘이걸 원해’라고 말합니다. 엔지니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들겠습니다.’ 대신 저는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먼저 대답하라고 팀에 강조합니다. 1. 고객이 여러분이 풀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나? 2. 해법이 있다면 고객이 살까? 3. 고객이 그것을 우리 회사에서 살까? 4. 우리가 그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까? p. 59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과학적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인간 창의성을 가장 생산저그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잘못 판단해서 기존 방향을 고수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창의성을 파괴하는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피드백에 기초를 두고 새 방향으로 스스로 방향 전환하지 못하는 회사는 좀비의 땅에 갇힌 것처럼 성장하지도, 죽지도 못하고 직원과 기타 주주의 자원과 헌신을 소비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p. 151

스타트업의 생산성은 장치나 기능을 척척 만들어 내는 데 있지 않다. 가치를 만들고 성장을 이끄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우리의 노력을 맞춰나가는 데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방향 전환에 성공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p. 152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현존하는 경영 시스템 중 가장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도요타가 역사상 가장 선진적인 학습 조직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면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도요타는 거의 한 세기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많은 창업가가 바라는 장기적인 성공이다. 린 생산 기술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결국 제대로 된 측정 지표를 사용하여 성과를 측정하며 잘 돌아가는 조직의 일종의 상징에 불과하다. 프로세스는 결국 훌륭한 조직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토대가 없이는 학습이나 창의성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잘못을 깨달은 많은 인사부장이 증언하듯이 말이다. p.211

1911년 테일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숲이 사라지고 수력이 낭비되며 토양이 홍수에 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으며 석탄과 철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인간의 열정과 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투르거나 방향을 잘못 잡거나 비효율적이라서 낭비되는 인간의 노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다만 여렴풋이 인식될 뿐이다. 우리는 물질적인 것의 낭비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서투르게 비효율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감지할 수도 없다. 감지하려면 기억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간의 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물질 낭비보다 훨씬 심각한 것인데도, 후자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반면, 전자는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 다른 한편으로 테일러의 말은 내게 완전히 동시대의 것으로 다가온다. 물건을 만드는 데 효율성을 과시하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낭비가 심하다. 이러한 낭비는 일을 비효율적으로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피터 드러가 말한 것처럼 말이다. “전혀 해서는 안 될 일을 매우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무용한 짓은 확실히 없다.” p. 282~283

  • Published: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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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를 생각하는 디자인

회사에서 진행하는 UI 스터디. 현재 공부하고 있는 것은 컨텍스트를 생각하는 디자인.
저번주에 진행한 것은 5장, 컨텍스추얼 인터부 해석 세션.

그 중 좋은 내용을 골라 적어 놓는다. -5장만. 나머지는 차근차근 업데이트.

절대 혼자 해석하지 마라
왜 팀으로 해석할까? 우리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해석 세션을 진행하도록 권장한다. 여러분이 인터뷰 진행자라면 데이터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무조건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즉 여러분의 관점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뽑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이 처음부터 끝가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야 하고 핵심 이슈를 같이 파악해 기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혼자서 할 때보다 더 많은 통찰과 디자인에 대한 암시를 찾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경험과 분야별 전문 지식에 근거해서 듣는다. 때문에 그들은 여러분의 데이터에서 여러분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볼 것이다. 또한 여러분은 그들의 데이터에서 그들이 놓친 부분을 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이 잊거나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세부 사항들에 대해 여러분에게 물을 것이다. 따라서 모두 함께 인터뷰에서 일어난 일을 공유하는 사이에 데이터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팀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데이터에 관한 이해를 공유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이 제기하는 이슈를 들었기 때문에, 그 이슈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낼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여러분은 그 다음 인터뷰에서 사물을 더 넓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적어도 한 사람 이상과 함게 해석하라.
p. 134

모든 팀 구성원은 또한 중심 화제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상기해야 한다. 자신이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사용자를 인터뷰했지만, 아직 그 데이터가 해석되지 않았다면, 그 의견은 공유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경험과 태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는 또한 주제를 벗어난 (삼천포로 빠지는) 토론의 저해요소다.
p. 141

논쟁은 절대 생산적이지 않다.
– 결정은 사용자 데이터에 근거해서 내려야 한다. 논쟁은 흔히 그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때 일어나곤 한다.
– 종종 사람들은 프로세스에서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하지만,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미래에 대한 가설을 세우지 말자.
– 이따금 인터뷰 진행자는 어떤 일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은 질문으로 두고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한 가설은 피한다.
– 논쟁은 흔히 사람들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슈에 대해 고려할 때 일어난다. 그 이슈들을 분명히 하면 그것들이 어떻게 다르고 또한 양립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니면 두 가지 이슈를 일단 적어 놓고 계속 진행한다.
– 용어 정의와 선택에 대해서 논쟁하지 말자. 어떤 의미인지 평범한 말로 (예시 참조) 적어 놓는다. 문제의 용어가 끝까지 남아 있다면, 7분 정도 시간을 두고 그 정의를 의논한 다음 계속 진행한다.
p.144

인터뷰 진행자와 팀의 다른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때 추구할 목표는, 인터뷰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것과 일어난 일을 조사하는 것 사이에 긴장감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인터뷰 진행자는 일어난 일을 순서대로 공유하고, 팀은 사용자 행동 이면의 ‘무엇’과 ‘왜’에 연관된 세부 사항들을 탐구한다. 이렇게 하면 효과적으로 해석하여 양질의 어피니티 노트를 얻게 된다.
p.151-152

인터뷰 진행자가 어피니티 노트를 검토하는 일을 마치면, 마지막 단계는 팀의 통찰(insight)을 포착해 기록하는 것이다. 통찰은 디자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통찰은 해결책이 아니라 패턴, 상황, 그리고 요구사항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통찰은 인터뷰 내용을 들은 사람들의 인터뷰에 대한 반응과 생각이다.
p.159

인터뷰 데이터와 통찰을 공유하는 데 집중한다. 논의의 포커스를 재설정하는 것과 공유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다음 인터뷰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는 별도로 회의 스케줄을 잡는다. 이와 비슷하게, 공유 작업을 디자인 자체를 토론하는 시간으로 변질시키지 마라. 이것 역시 별도의 회의이니 말이다. 공유라는 포커스에 집중하면 팀의 시간 관리를 잘 할 수 있다.
p.163

  • Published: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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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언젠가 강의에서도 들은 이야기지만, 피터드러커의 글들은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읽기 어렵지 않고, 비 전문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글들이다.
예가 많은 것도 좋고, 이 책도 한 권 사서 가끔씩 꺼내 읽어볼만한 책이다.
아래는 몇 가지, 책의 내용을 적은 것.

 

지식근로자는 스스로 몰입힌다

공헌할 목표에 초점을 맞추면 자신의 전문 분야, 한정된 기술,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에만 집중하던 관심을 넘어 조직 전체의 성과를 올리는 데로 관심을 확장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관심을 외부 세계로 돌리게 하는데, 외부 세계야말로 결과가 있는 곳이다. 지식근로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 자신의 기술, 또는 자신의 부서가 조직 전체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조직의’ 목적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는 소비자, 단골고객, 또는 환자의 처지에서 생각을 하게 될 터인데, 그들이야말로 조직이 무엇을 생산하든 -그것이 경제적 재화, 정부의 시책, 또는 의료 서비스든 간데- 조직이 존재하는 궁극적 이유가 된다. 그 결과, 그가 하는 일과 일하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다음은 미국 정부 산하의 대규모 과학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나이 많은 출판국장이 퇴직을 하게 되었다. 그는 1930년대 이 연구소의 설립 당시부터 일해왔으나, 그는 과학자도 훈련받은 작가도 아니었다. 그가 발행하는 출판물들은 종종 전문가적인 세련미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후임으로는 일류 과학기자가 기용되었다. 간행물들은 즉각 매우 전문지다운 냄새를 물씬 풍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 간행물들의 주요 독자층인 과학자들 사회에서 잡지의 구독을 중단했다.
이 연구소와 오랫동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매우 존경받는 어느 대학교 소속 과학자는 연구소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의 출판국장은 ‘우리들을 위해’글을 썼는데, 새로 부임한 국장은 ‘우리들에게’글을 쓰고 있다.」
퇴임한 출판국장은 스스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이 연구소가 성과를 올리는 데 내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이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나는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외부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와 함께 일하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연구소 내부의 주요 문제, 주요 결정, 그리고 심지어 논쟁까지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 같은 편집 방침은 종종 연구소 소장과 정면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우리가 만드는 출판물의 존재가치는 연구소 내부 사람들의 입맛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간행물을 읽고 얼마나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이 곳에 지원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유능한 과학자인지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p.64-65

지식근로자로 하여금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방법

지식근로자가 공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각별히 중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지식근로자로 하여금 공헌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지식근로자는 「물건」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디어, 정보, 그리고 개념을 생산한다. 더욱이 지식근로자는 근본적으로 전문가다. 사실 그는 원칙적으로 한 가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배웠을 때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된다. 달리 말해, 그가 전문화되었을 때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 그 자체는 단편적인 것이고, 또 쓸모 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는 결과를 생산하기에 앞서, 자신의 산출물을 또 다른 전문가의 산출물과 통합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하려면 팔방미인격인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해서는 안 된다. 이는 전문가로 하여금 그 자신과 전문지식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는 자신의 산출물을 누가 사용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문가가 산출한 단편적인 것을 활용해 완성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알고 또 이해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흔히 「과학자」와 「문외한」으로 나누어지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문외한들은 과학자의 지식, 전문 용어, 도구, 그리고 기타의 것들을 어느 정도는 배워야 한다는 요구를 쉽게 한다. 그러나 만약 사회가 그런 식으로 나누어졌어야 한다면, 그것은 100년 전의 일이다. 현대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을 소유한 전문가이고, 각자 필요한 도구를 갖고 있으며, 고유한 관심 분야, 그리고 자신들만의 전문 용어를 갖고 있다. 반면에 과학들은 모두 세분화되어 특정 분야의 물리학자는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물리학자의 관심사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원가계산 담당자도 독자적인 가정과 고유한 관심 분야, 그리고 독특한 용어에 기초한 특수한 지식 영역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생화학자 만큼이나 「과학자」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시장 조사 전문가, 컴퓨터 전문가, 정부기관의 예산 담당자, 병원의 정신질환 사례연구자들도 과학자들이다. 그들 각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시켜야만 한다.

지식을 습득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을 남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어떤 분야의 문외한은 전문가의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거나 노력해야만 한다는 가정, 그리고 전문가는 소수의 또 다른 전문가 동료들과 말이 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야만인의 오만이다. 심지어 대학이나 연구소 내부에서조차도, 이런 태도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너무나 흔한 태도- 는 전문가를 쓸모 없는 존재로 만들고 그의 지식을 진정한 학식이 아니라 장식적인 현학으로 변질시킨다. 특히 지식근로자가 되고 싶은 사람, 즉 자신의 공헌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대접받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산출물」의 유용성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진 지식의 유용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동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높은 지향에 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조직 내의 다른 사람들, 상사, 부하,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들에게 언제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당신이 우리 조직에 공헌해야 할 몫을 다하기 위해 내가 당신에게 해야 할 공헌은 무엇인가? 당신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떤 형태의 나의 공헌을 필요로 하는가?」

예를 들어 원가 계산 담당자가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는 자기 분야의 기본적인 가정가운데 무엇이, 자신이 제공하는 자료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에게는 너무나 분명한 것이지만- 다른 부문의 관리자들에게는 전혀 낯선 것인지를 즉각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는 중요한 통계 숫자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거의 보고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필요한 숫자가 어떤 것인지를 곧 알게 된다.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제약회사의 생화학자는, 자신이 발견한 신물질이 생화학자가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라 임상의사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표현되어야만 그것을 임상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단히 알게 될 것이다. 그런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생화학자의 연구 결과가 신약으로서 햇빛을 볼 기회라도 갖게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생화학자가 발견한 그 신물질을 임상실험에 적용해보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임상의사일 것이다.
공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기관의 과학자라면, 어떤 연구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 계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해야만 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게다가 그는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즉 일련의 과학적 질문에 대해 그 답을 미리 예상해두는 일 말이다.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의미 있는 유일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너럴리스트란 자기 자신의 좁은 분야의 지식을 모든 영역의 지식에 연결시킬 수 있는 전문가다. 사실 몇몇 좁은 분야의 지식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적지않게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제너럴리스트는 아니다. 그들은 몇몇 분야에 걸친 전문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세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라 해도, 그는 세 분야 모두 마찬가지로 편협한 인간일 수도 있다. 자신의 공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자신의 한정된 전문 분야를 조직 전체에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혼자 힘으로, 수많은 지식 분야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의 공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들의 필요, 방향, 한계, 그리고 지각방식을 충분히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배운 사람의 오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오만은 지식을 파괴하고, 지식이 갖는 아름다움과 유효성을 갉아먹는 퇴행성 질병이다.
p.74-78

강점에 기초한 인력 배치

강점을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는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먼저 부딪치는 분야는 인적 자원의 배치다. 목표를 달성하는 최고경영자는 발령을 내거나 승진을 시킬 때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목표를 달성하는 최고경영자는 인적 자원 배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대상자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점을 최대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다.

링컨 대통령은 신임 총사령관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이 술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군이 좋아하는 술이 무엇인지 상표를 알면, 똑같은 술을 한두 병씩 다른 장군들에게도 보낼 텐데.」 켄터키와 일리노이 개척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링컨은 술과 그 해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북군의 장군들 가운데, 유독 그랜트만이 항상 전략계획을 제대로 세웠고 승리를 안겨 주었다. 그랜트 장군의 사령관직 임명은 남북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랜트를 지명한 링컨의 작전이 성공한 이유는 그가 전쟁터에서 검증된 장군의 능력, 즉 강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술을 안 마신다는 사실, 즉 단점이 없다는 것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링컨은 그 점을 어렵게 깨달았다. 링컨은 그랜트를 임명하기 전에, 별다른 단점이 없다는 기준으로 3~4명의 장군을 잇따라 임명했었다. 그 결과 북군은 병력과 병참 면에서 월등히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1861~64년까지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지 못했다. 이와는 아주 대조적으로, 남군 사령관 로버트 리는 강점을 근거로 부하 장군들을 선발했다. 스톤월 잭슨장군을 비롯해 리 사령관 휘하의 장군들 모두 분명히 큰 단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리 사령관은 그러한 단점은 전쟁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올바르게- 판단했다. 반면에 리 사령관 휘하의 장군들은 각기 한가지 분야에서는 명실공히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리 장군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한 것은 그 장점이었으며, 거듭 말하거니와 오직 그 한 가지 강점이 있었다.
그 결과 링컨이 선발한 「무난한」장군들은 리 사령관 휘하의 「한 가지 목적에만 쓰이는 도구」, 다시 말해 한정된 분야에서지만 매우 강력한 능력을 지닌 장군들에게 거듭 패퇴했던 것이다.

아무런 단점이 없는 사람을 찾는다거나 그런 사람을 배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기껏 평번한 인사배치로 끝나고 말 것이다. 세상에 단점은 전혀 없고 강점만 있는 그런 사람(그런 사람을 지칭하는 적합한 용어가 ‘완전한 인간’,’성숙한 개성’,’세련된 인격’또는 ‘제너럴리스트’이든 간에), 즉 「다재다능한」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인력관리를 하는 것은 무능한 조직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조직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름길이다. 큰 강점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커다란 단점도 지니고 있는 법이다. 산봉우리가 높은 곳에 계곡이 깊듯이 말이다. 그리고 온갖 분야에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인간은 없다. 인간의 지식, 경험, 그리고 능력 등 총체적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해보면, 아무리 위대한 천재라도 낙제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나무랄 데라고는 전혀 없는」사람은 없다. 오히려 「어떤 분야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 그리고 그 결과 강점을 활용하기보다는 약점을 줄이려는 사람은 그 자신이 약한 인간의 표본이다. 아마도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강점을 파악하고는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하가 능력 있고 목표를 달성한다는 이유로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미국 철강산업의 창건자인 앤드류 카네기가 자신의 묘비명으로 택한 「여기 자신보다도 더 우수한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아는 인간이 누워있다」라는 글귀보다 더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도, 또 더 좋은 처방도 없다.
물론 카네기의 부하들이 우수했던 것은 그가 부하들의 강점을 찾아서 그것들을 일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카네기의 청강회사 임직원들은 하나의 특정 분야, 그리고 특정 일에서만 남보다 「더 우수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말 할 것 없이 카네기야 말로 그들 가운데 목표달성을 가장 잘 하는 경영자였다.

남군 사령관 로버트 리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의 강점을 활용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휘하 장군들 가운데 한 사람이 리 사령관의 명령을 무시했고, 또 그것 때문에 전략을 망쳐놓았다. 이러한 실수는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평소에는 감정을 잘 억제했던 리 장군이 노발대발했다. 그의 감정이 누그러졌을 때 한 부관이 정중하게 물었다. 「왜 그를 지휘관 자리에서 해임시키지 않으십니까?」 리 장군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들은 듯 부관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무슨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그는 전쟁에서 이기고 있잖아」

p.88-91

  • Published: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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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용자경험을 위한 인터랙션 디자인

원제; Designing for interaction _ Creating Smart Applications and Clever Devices

어딘가에서 추천도서로 보아서 읽게된 책.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어서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일단 더 읽어야 할 책이 많다는 것. 이런 지식들을 조금씩이라도 더 다양하게 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온 몇가지의 주제나 항목들은 다른 UX관련 책들에서도 조금씩 소개된 것들이었다. 그 외의 부분에서,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바로는, 인터랙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도(사례로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웹쪽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분야가 크게 된 것도 인터넷 때문이 아닐지…. 그러면서도 항상 IDEO나 제록스 등등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분명 전통적인 제품디자인에서도 어느 분야는 UX나 서비스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쪽에 가까운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제품디자인의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것들이 더 중요한 웹쪽에서 계속 접근되고 사례로서 나오고 있지 않나 한다.
챕터 중간중간, 그 주제에서 중요한 인물에 대한 인터뷰는 아주 좋았다.
아래는 내가 북마크한 부분.

intro
우리는 우리가 보는 대로 된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는 다시 우리를 만든다.
-마셜 맥루한

1990년으로 돌아가서 디자인 회사 IDEO의 중역이었던 빌 모그리지는 자신들이 가끔 대단히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제품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제품에 대한 디자인이었으며, 몇몇 개념적인 부분을 빌어오긴 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도 아니었고, 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었지만 컴퓨터 공학은 더더욱 아니었다. 기존의 모든 개념이 집약되어 있었지만 확실히 기존과는 다른 무언가였고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이것이 꼭 필요했다. 모그리지는 이 새로운 방법론을 인터랙션 디자인이라고 불렀다.
p.27

인터랙션의 역사와 미래: 마크 레틱 인터뷰
…..중략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하지 않은 도구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요?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도구 하나의 사용을 관찰하는 것은 대화를 관찰하는 일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어쨌든 입력과 출력이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인터랙티브’와 ‘인터랙티브 하지 않은’ 도구 간의 경계는 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어떤 사물과 이벤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의미에 대한 것이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 도구가 인터랙티브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람들의 모든 도구에 대한 반응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구에 말을 거는 것을 들을 수 있고, 사람들이 그 도구의 형태, 색깔, 포지셔닝, 소리, 자국, 동작 등 모든 영역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도구가 닳아 해질 때까지 소중히 아낄 수도 있고, 싫어하고 무시하거나 던져버리고 팔아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장담하건대,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방식으로 생각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로부터 많은 점을 배우게 될 겁니다.
저는 가르칠 때 찻주전자를 예로 들곤 합니다. 손잡이 하나짜리 찻주전자는 우리에게 참 익숙한 도구면서 용도도 정확하고 예측 가능하며 정해진 방식으로만 인터랙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찻주전자를 사용하는 다른 의미를 탐구하다 보면 사람들이 찻주전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찻주전자가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디자인하지는 않습니다. “주전자는 달궈졌는데 물을 넣지 않았어요” “애들 코코아를 타기에 딱 좋은 온도로 물이 데워졌어요” “손대지 마세요, 너무 뜨거워요” “닦을 때가 됐어요”등의 기능이 필요하겠지요. 언젠가는 찻주전자 같은 물건에 진지한 인터랙션 디자인 방식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p 41-42

표 2.1 네가지 디자인 접근법

 접근법 개요 사용자  디자이너 
사용자 중심 디자인 사용자의 요구와 목표를 중시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 사용자의 요구와 목표 해석
활동 중심 디자인 성취돼야 하는 목표에 대한 작업과 활동을 중시 활동 수행 활동을 위한 도구 제공
시스템 디자인 시스템의 구성요소 중시 시스템의 목표 지시 시스템의 모든 조각들을 제자리에 맞춤
직관적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기술과 지혜에 의존 결과물 인정 영감의 원천

p.58

인터랙션 디자인의 법칙
인터랙션 디자인은 새로운 영역이라서 딱히 견고한 규칙이나 ‘법칙’이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은 상식선에서 업무에 쓰일 기본 원칙을 많이 만들어낸다. 인터랙션 디자인에 쓰이는 몇 가지 유용한 법칙들이 있으며, 이들은 그대로 따라 하는 법칙이 아니라 일을 할 때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중 무어의 법칙은 실제 쓰이는 것이 아니니 그저 알고만 있으면 된다.

무어의 법칙
피쳇의 법칙
힉의 법칙
마법의 숫자 7
테슬러의 복잡성 보존의 법칙
포카 요케의 법칙
p.85-91

다가올 10년 안에, 인터넷은 컴퓨터 모니터를 벗어나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오브젝트와 건물들로 옮겨갈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센서, 무선식별(RFID)태그가 일상의 물건에 내장되고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부르스 스털링이 “사물들의 인터넷”이라 부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전자장치가 우리 삶을 바꿔놓았듯이, 더는 인터넷을 특정한 목적지나 장소로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무선 인터넷이 도시를 뒤덮으면서(구글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하고 있는 와이어리스 프로젝트 같은 단일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나 개개인과 회사들에 의해 함께 모인 ad-hoc네트웍 등),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장소에서 컨텍스트에 맞춰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보편화될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물건을 찾고, 또한 그들도 우리를 찾게 될 것이다.
p.252

스파임과 사물의 인터넷
소설가이자 디자인 비평가인 브루스 스털링은 미래를 예측하면서,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이 ‘스파임spime’이라 불리는 특정한 유형의 오브젝트를 만들고 함께 작업하리라 예측했다. 스파임은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발산하는 오브젝트로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컨텍스트를 인지하며, 자신을 모니터링하고 문서화하며 독특하게 식별된다. 스파임은 자신에 대한 모든 메타 데이터(위치, 소유주, 만들어진 날짜, 사용 패턴 등)를 드러낸다. 이들은 공간적으로 추적될 수 있고 프로토타이핑부터 소멸까지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추적할 수도 있다(spime이란 단어의 앞쪽 ‘sp’ 는 space에서, ‘ime’은 time에서 유래한다).
스파임들은 자신을 식별하고 통신하게 해주는 RFID태그를 갖고 있으며, 센서와 무선 공학을 통해서 마치 군집체처럼 서로, 혹은 인터넷과 통신할 것이다. 사람들은 스파임이나 이와 유사한 오브젝트를 설치하거나 변형하고 ‘내 신발임’과 같은 정보를 더할 것이다.
스파임은 사물의 인터넷이라는 정보화 웹을 만들어 내고 이들은 기억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혹은 남용)될 것이다. 집 안의 모든 물품 목록을 성냥갑 하나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갖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휴대폰을 택시에서 잃어버렸다고? 현재 그게 어디 있는지만 찾으면 그만이다.
….
이 장 뒤쪽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아담 그린필드 같은 디자이너들은 사물의 인터넷에 대한 아이디어(최소한 그 용어)에서 빠진 것은 바로 인간이라 말한다. 어떻게 인간이 사물의 인터넷과 작업하고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사물은 물론 자신만의 의미도 있지만, 인간에 의해 사용될 때 더 깊은 의미를 이끌어낸다.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어떻게 사람의 존재를 사물의 인터넷 안에 위치시키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미래의 도전이다.
p.256-267

  • Published: 6 year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