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이야기

이것 조차 옛날 이야기이지만, 친구에게 옛날에 내가 보냈던 편지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생소했다.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은 나의 생각과 글이, 누군가는 기억하고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 신기하다. 하지만 특별히 군대에 있을 때에는 가끔 편지지에 글을 쓰기 전, 노트에 먼저 편지를 썼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썼던 편지의 내용’이 약간 남아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이메일의 시대로 넘어오며, 내가 보낸 편지는 이제 나의 편지함에도 남게 되었다. 보내고 난 뒤에 일부러 찾으려고 하지않으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답장을 받게 되면 바로 Read More…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지대넓얕을 열심히 들으며, 나와 비슷한 연배인 사람들인데도 지식도 많고 생각도 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특히 강연이나 세미나 혹은 모임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나인데, 이 사람들의 강연은 듣고 싶어졌다. 작년 11월에는 독실이의 강연을 들었고, 12월에는 채새장의 북토크를 들었다. 북토크,북콘서트는 뭐지… 라고 생소한 영어를 보며 강연일까? 했는데, 한글로 하면 ‘책 출간 기념 강연’ 정도가 되겠다. 사실 채사장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고, 이번에 책을 출간했는지도 Read More…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지만, 사실 마음 한켠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책을 많이 읽어야지’, ‘영화를 많이 봐야지’, ‘무언가 만들어야지’라는 희망사항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 중 하나, 책을 읽겠다고 한 것 중 목록에 있던 한 책을 읽었다. 동료가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다고 했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약 두시간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를 했는데, 분류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되어있었다. 소설인줄 알고 있었는데… 하고 보니, 필명을 따로 쓰는 Read More…

일상의 Home IoT

제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명입니다. 조명은 집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요. 4년 전, 호기심에 LIFX라는 스마트 조명을 하나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4개 세트를 추가로 구매했죠. 그 뒤로 이 녀석들은 매일매일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과 주변의 물건들이 매일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알아서 일하는 집안의 모습 아침. Good morning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정말정말 못합니다. 그래서 알람시계, 휴대폰 알람, 샤오미 밴드 진동 알람, 라디오 알람을 해놔야 겨우 일어나는데요. 집안의 조명도 ‘아침기상’ 역할에 일조시키고자, Read More…

그리움

늦은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이 곳에서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그 동안 관심을 많이 가져주지 못한 것이, 혼자 있는 동안 잘 지낼 수 있도록 준비를 못하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떠나오기 며칠 전이라도 생각을 해둘 걸 그랬다. 떠나는 날 아침에 겨우 생각해낸 어설픈 방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화분의 물을 가득 흐르게 하고, 잎과 가지를 흠뻑 적셔주는 것으로 잘 지내주었는데, 이제 2주 반이 지났다. 옆에 있지 않아 모습과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더 Read More…

겨울의 아침

한 겨울의 아침, 창가의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공기 속에 잠이 깬다.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꽁꽁 덮는다. 밝은 햇살 속에서 눈을 감고 겨울 아침 기운을 생각한다. 오늘은 방청소를 할까, 생각을 한다.

학교

오랜만에 이틀 동안 아무런 일 없이 보냈다. 밤, 학교를 보고싶어 왔다. 벌써 계절이 바뀐건지 시원한 바람. 평소에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복잡한 감정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학교에 오면 그런 감정들이 살아난다. 현재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감정, 감각들이 있다는 것이 떠올려진다. 6년을 집보다 더 집처럼 지낸 커다란 공간. 다락방의 상자들 같다. . / 자우림. 반딧불 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고 끝도없이 이어지는 밤의 사이를 반짝이는 빛을 따라 거닐었었고 떠다니는 별과같은 반딧불 반딧불 쏟아지면 사라지리 애처로운 반딧불 여름밤의 사랑처럼 / Read More…

작은 카페의 공연

작은 무대가 있는 어두운 카페. 무대 가까이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공연을 기다린다. 작은 촛불과 까만 고양이, 나무의자. 마치 커다란 인형극 장소처럼 생긴 무대에 드럼과 키보드, 기타받침과 마이크와 선들이 얽혀있다. 첫 밴드가 나와 노래를 부른다. 키보드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 밴드는 지하철 이야기와 네이트온의 추억을 노래한다. 오래전의 기억을 붙잡아 두려는 듯이. 두 번째 밴드는 아주 깊은 밤을 노래한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노랫소리가 인형극 무대에 잘 어울린다. 까만 고양이는 테이블과 의자 사이를 걸어다니며 공간을 한껏 즐긴다.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오랜만에 전통적인 디자인을 다루는 책을 읽었다. 전통적인 디자인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최근 몇년 간 내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주제는 훨씬 디자인의 원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약간은 두서없고, 약간은 협소하고, 약간은 지루하다. 물론 내가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겠냐만은, 책 전체가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가끔씩 눈에 띄는 이야기, 눈에 띄는 사례들이 보이지만 생각보다는 얻은 것이 없었다. 아래는 몇 가지, 스크랩 한 내용. Read More…

몰스킨 노트의 재활용

오랜만에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칼과 자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 최근에 회사 일로 짧은 출장을 자주 다녀와서, 힘든 나에게 주는 선물로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주문했다. 이미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사용중이었지만, 힘든 나에게 주는 선물로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주문했다. 기존의 보조배터리는 예전에 샀던 소가죽을 덧대어 한땀한땀 바느질을 했었다. 질감이 참 좋았지만, 두께가 두꺼운 것이 흠이었다. 샤오미 배터리의 재질은 맥북과 아이폰을 닮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제품의 기능과 보관형태에는 맞지 않는다(좋은 점은 뭔가 덧대기 좋다는 것). 보조배터리는 가방에 보관하게 되고, 가방에는 스크래치가 날만한 물건이 Read More…

풍경

풍경을 자주 보았다. 스물 다섯 이후로는 풍경이 나의 마음을 채웠다. 매일 나무들의 숲이나 강을 보면서 지냈고, 그 풍경 속을 거닐었다. 음악을 듣고, 담배를 태웠다. 이제는 고등학교때 느꼈던 감정과, 15년 전, 10년 전, 5,6년 전 느꼈던 감정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감정을 대하는 스펙트럼이 줄어든 것일까, 혹은 그 스펙트럼이 너무 늘어나서 예전의 감정들이 엇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사실, 풍경은 어릴 때 가장 많이 보았다. 풍경 속에 살았다. 저수지 둑에서 놀이를 하고, 아카시아나무 길에서 꽃을 따먹고, 딱딱한 나무껍질을 만지며 사슴벌레와 놀았다. 군대에서도, 숲 속에서 살았다. Read More…

Framer로 만든 화이트노이즈 서비스

요즘에는 삶이 힘들어서 그런지 화이트노이즈, 자연의 소리들을 가끔 찾아 듣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일요일 하루 동안 잠시 근심을 잊고, 머리를 환기시키기 위해 디자인과 프로토타이핑 작업을 했습니다. 하고나니, 정말 요즘 새로운 UI 설계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디자인 컨셉 멋진 컨셉으로 편안함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어떻게든 가든하다 서비스를 연결지어서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무척 좋아하고 있거든요. 가든하다에서 마음에 들었던 테라리움 상품의 이미지를 각각의 화이트노이즈 아이템으로 설정하고, 음악은 유투브에서 Natural sound로 검색을 Read More…

Sofa

Sofa. 인도에 오면 가끔 소파에 눕는다. 그럴 때마다 감탄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누워) 티비를 보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소파는 누워서 쉴 수 있는 기능을 위한 도구가 아닐까. 소파의 길이는 키보다 약간 짧다. 양 끝의 팔걸이는 머리를 기대고,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기댔다 쓸데없이 움직이기에 좋다. 안쪽으로 약간 비스듬한 바닥쿠션은 몸이 안쪽으로 슬쩍 쏠리게 해준다. 슬쩍 쏠린 몸은 등받이 부분에 딱 들어맞는다. 팔을 기대거나, 다리를 기대거나, 등을 대어놓는다. 그러고 나서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본다.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가 접었다 Read More…

인도의 공휴일

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메일을 쓰고, 식탁에서 코딩을 하고 한켠에서는 양주를 마시며 기타를 치고, 탁구대가 있는 방에선 핑퐁핑퐁 탁구를 치고, 커다란 티비가 있는 거실에서는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오전에 밖에 구경을 나갔던 사람들은 하나 둘 짐을 들고 들어오고. 인도의 공휴일. 인도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풍경.

Up in the air

영화 Up in the air를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보고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언제나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늘 내용과는 비껴간 생각을 하게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나무, 나무의 나이테가 생각났다. 일종의 번뜩이는 깨달음이랄까. 나무는 매 년, 정확히는 사계절을 거칠 때마다 나이테가 생긴다. 사람은 딱히 그렇지는 않지만 사람이 말하는 나이라는 것이 그것과 같은 거겠지. 사람도 각자의 마음에, 혹은 정신에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가는 것 같다. 나무가 그렇듯. 그렇더라도 겉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하는 것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더 크게 자라나고 가지를 Read More…

Optimistic UI 글을 읽고.

원 글 : True Lies Of Optimistic User Interfaces 주제 : Optimistic User Interfaces (단어단어만 해석해서, ‘낙관적인 UI’ 라고 해야할까?) / 한줄 요약 : 사용자의 기다림을 줄이자. 더 줄이자. 예측가능한 범위라면 미리 ‘OK’라고 하자. – 요청에 대한 성공률이 97~99%이고, 에러가 1~3%정도일 때는 적용할만 하다. – 평균 응답시간이 2초 이내라고 생각된다면 적용할 만 하다. – 다만 명확한, 잠재적 에러는 클라이언트에서 사전에 감지하여 서버 요청을 하지 않도록 한다. / 아하! 하는 설명 : within 2 seconds of interacting with an element, the Read More…

플라네타리움

밤, 어두운 지하실의 조명을 모두 끄고 플라네타리움을 켠다. 지이이잉 모터가 빠르게 돌고 드르르 기어가 천천히 도는 소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은하수와 별빛이 가득. 가만히 몇번이나 회전하는 별빛의 풍경을 본다. 어둠, 지이잉 드르르 소리만, 계속 저기 어둠 속에 맺히는 빛의 점들을 본다. 옛날.

모던수필

꽃송이 같은 첫눈 – 강경애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안 나는지 마치 촛불을 켜대는 것처럼 발갛게 피어오르던 우리 방 앞문이 종일 컴컴했다. 그리고 이따금식 문풍지가 우룽룽 우룽룽 했다. 잔기침 소리가 나며 마을 갔던 어머니가 들어오신다. “어머니, 어디 갔댔어?”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치마폭에 풍겨 들어온 산뜻한 찬 공기며 발개진 코끝. “에이, 춥다.” 어머니는 화로를 마주앉으며 부저로 손끝이 발개지도록 불을 헤치신다. “잔칫집에 갔댔다.” “응. 잔치 잘해?” “잘하더구나.” “색시 고와?” “쓸 만하더라.” 무심히 나는 어머님의 머리를 쳐다보니 물방울이 방울방울 서렸다. “비 와요?” “비는 Read More…

스위치 – 칩 히스, 댄 히스

2016, 혼자 일주일간 제주도에 여행간 동안에 읽었다. 아무래도 요즘 내가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감정 이입이 잘 되어서인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잘 알아들었으나,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람을 대하는 대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접했다면 훌륭한 능력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겠지만, 나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을 대하는게 익숙하지가 않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 #프롤로그 사람들이 자제력을 소모할 때 결국 그들이 소진하는 것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집중하고 충동을 억제하고 좌절과 실패 앞에서 인내를 Read More…

정읍을 지나며

정읍. 내륙을 가로질러 정읍을 지난다. 정읍은 가을의 내장산이 멋있다던데, 가을엔 들러본 적이 없다. 한 5,6년 쯤 전, 사물놀이 선생님의 코란도를 빌려서 일주일 간 여행을 떠났었다. 정읍엔 우연히 알바로 일을 도와드렸던 학교 선생님이 계셨는데, 삽겹살도 사주시고 숙소도 구해주셨다. 생각해보면 여기저기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았다. 아무튼, 정읍의 기억은 이것.

미술학원

미술학원을 다니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모두에게 자동차를 그리라고 했다. 다들 자동차를 그렸고, 그 그림들을 벽에 모두 붙였다. 그런 다음, 선생님께서 자동차는 굴러갈 수 있게 그려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백지에 자동차를 그리며 시범을 보여주셨다. _ 대학에 들어가고, 잠깐동안 미술 강사를 했다. 그림을 잘 그리진 못했지만. 한 학생이 녹슨 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제일 가까이 보이는 부분의 디테일을 파스텔로 슥슥 그려주었다(생각해보니 그땐 그런 사물들의 모습이 잘도 떠올랐다). 그러고 난 뒤 한바퀴를 돌고 오니, 그 학생은 사물의 모든 부분을 내가 그렸던 Read More…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Read More…

ZERO to ONE – 피터 틸

내용이 그리 많지 않고, 어렵게 읽을만한 책은 아닌데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최근에 책을 잘 읽지 않아서 느리게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나에게는 그리 흥미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을 수 있다.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전자의 이야기도 맞기는 하다.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적합한 사례를 통한 귀납적 사고로 자신의 주장을 일반화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학문서적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전개방식이 유쾌하다. 때로는 너무 멀리 뻗어나가서 좀 흥미가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한편 실리콘밸리를 고수하던 기업가들은 닷컴 붕괴 사태에서 4가지 큰 Read More…

합주실을 떠나보내며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밴드 합주실이 떠올라서 잠이 오질 않는다. 밴드 합주실의 이름은 DSS이다. Dog Sound Studio. / 어제 저녁, 합주가 끝나고 약속이 있어서 필요한 짐만 차에 싣고 떠나왔다. 사실 지난 일요일 합주를 마지막로 DSS를 떠났다. 월세로 빌려서 쓰던 합주실 생활을 끝내고, 떠돌이 밴드를 하기로 멤버들과 결정했다. 그리고 합주실은 모두 철거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만들고 나오기로 했다. 아마 철거할거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 잠도 달아난 것이리라(혹은 비가 와서거나). 사람과의 관계가 ‘이제 안녕’, 하고 평생 끝나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다시 만날 일 Read More…

학교 산책

몸이 뜨거워서, 창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산책을 하러 나왔다. 오랜만에 학교. 분재처럼 잘 가꿔진 손바닥만한 학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 매일 밤 산책했던 풍경. 학교는 나를 닮았다. 아니면, 내가 학교를 닮아갔다. 아직 6월의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학교 앞에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있다. 학생들은 이랬었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활기찬 모습들.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생소한 풍경이다. 학교를 오는 동안 옛 노래들을 들으며, 많은 감정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와서 옛 감정들이 떠올랐다. 옛날의 모습들도 떠올랐다. 옛날의 풍경들도 떠올랐다. 해질녘의 학교, 소나기가 오는 Read More…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 오랫동안 읽었던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사실 나랑은 잘 안맞는 책이다 싶어서 중간에 중단할까 생각도 했는데, 이미 시작한 거 끝까지 읽자는 마음으로 읽었다. 몇 년 뒤 다시 읽으면 다를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서 남은 것은 없지만, 다 읽고나니 책의 목차가 그대로 이 책의 이야기이며 기억해두어야 할 지식었다. 따라서, 목차를 남겨둔다. 이 책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법칙에 대한 설명과 다양한 사례를 들고 Read More…

42도

42도의 공기 속에 있다가 12도의 공기 속으로 돌아오니, 겨울의 시작 같다. 눈이 흩날리는 밤. 지하의 붉고 어둡고 따뜻했던 술집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다. 오늘 같은 공기속에서. 외투에 내려 앉은 눈이 사륵 녹는 모습을 보면서. 옷깃을 여미고 이야기를 하며 주변 동네를 한 바퀴 걷는다. 젖은 길바닥, 흩날리는 눈, 차가운 공기, 시린 얼굴. 사람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조용한 거리. 아니면 42도는 안되겠지만 곧 32도의 여름이 다가오니까.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새벽의 거리. 여름 밤을 새운 사람들만 모여있는 거리다. 아직도 취기가 남아있는 새벽, 모자를 썼는지 안썼는지 Read More…

여름 밤

한여름 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과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 한가운데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본다. 반짝반짝, 별똥별이 스쳐가고, 반짝반짝. 여름방학 사이에 사물놀이 전수를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이천의 한 초등학교 분교를 빌렸다. 나는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가서 창문에 모기장을 치고, 교실을 숙소로 쓰기 위해 정돈하고, 에어컨도 되지 않는 89년식 엑셀을 몰고 나가 장을 봐온다. 상모를 돌리기 위해 하루종일 무릎을 굽혔다 폈다 호흡을 하고, 장구를 치고, 북을 치고, 쇠를 친다. 앉은반을 했다가 선반을 했다가, 진을 배우고 놀이를 배운다. 여름방학동안 자기 자리를 Read More…

보라보라보라보라카이

사박사박 뜨겁게 마른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천천히 긴 해변을 걷는다.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다는 망고쥬스 가게에서 달콤한 망고쥬스를 마시며 다시 남쪽으로 걸어간다. 걸어가다가 다시 가게에 들러 맥주 한 병을 사고, 바닷물이 닿는 곳을 따라 걷는다. 차박차박 축축하고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돛단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걷는다. 해가 수평선 근처로 가기 전, 돛단배 하나를 빌려 에메랄드 빛 바다로 나간다. 바닥이 바로 발밑에 있어보이지만 수심이 몇 미터 된다는,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에 발끝을 담근다. 돛단배의 출렁임에 맞춰 바다에 닿는 Read More…

인도.

인도. 이십대 초반, 고등학교 후배가 인도에 다녀오고선 내가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꼭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애 엄마가 되고 나니 가기 싫다고. 삼십대 초반, 대학교 후배가 인도에 다녀오고선 내가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기회 되면 가보라고 했다. 이젠 결혼해서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나서 2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두 사람의 말대로 정말 좋았다. _ 삼십대 중반, 원없이 인도에 있다. 여행지가 아니라는 것이 아쉬움. 오래 알고 지낸 역술하시는 분께서, 선기씨는 보기 힘든 좋은 사주인데 외국에 나가야 좋다고. 지금 이건가? pxd 센트럴파크에서 슬쩍슬쩍, Read More…